[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8일 취임 후 처음 갖기로 한 시정연설에서 내놓을 대(對)국회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야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강대강'의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국가기관 선거개입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특위 구성 ▲민생공약 실천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의 견해를 시정연설에서 확인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이 세 가지 입장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태도로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정기국회가 어떻게 갈 것인지 결정될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해 연말 정국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의해 판가름날 것임을 예고했다.
대통령의 정기국회 시정연설은 정부 예산안 제출에 맞춰 국정운영과 예산편성에 관한 사항을 국회에 설명하는 자리지만 박 대통령도 엄중한 정국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정치 현안을 언급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특검 도입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연계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도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야권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해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원론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던 입장을 다시금 밝히고 이를 전제로 민주당의 요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 답한다고 해도 “대선이 끝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선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던 과거 발언처럼 국정수반으로서 이같은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에 대한 포괄적 유감표명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이나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 수용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지만 특검법의 본회의 처리라는 절차가 앞서야 하고 특위 구성도 어디까지나 국회의 영역이라는 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해도 '국회에서 여야가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는 정도의 기본적인 입장 표명만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대신 국정원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재차 약속하고 댓글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의혹을 규명하되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묻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한번 강조함으로써 민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상쇄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 여부와는 별개로 일단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안정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당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기업과의 공동출자법인에 대한 지분규제를 완화한 외국인투자촉진법안,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의 학교 주변 설립을 허용한 관광진흥법,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고율의 양도세 부과를 폐지한 소득세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살리기 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예상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야권에 경제회복과 민생 차원에서의 초당적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서유럽 순방에서 거둔 경제분야 성과들을 설명하고 그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디딤돌을 놓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재차 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