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서울대학교가 2015학년 입시에서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고 논술과 구술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주요 대학의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시에서 수능으로 100% 선발하고 인문계열 학생들도 서울대 의대와 치대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입시가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고 있는 외고와 특목고, 재수생에게 더 유리해 지는 등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 정시모집부터 수능 성적으로 100% 선발하고 인문계열 학생의 의대 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5 대입 전형안'을 14일 발표했다.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됨에 따라 논술고사와 구술고사가 폐지되고 모집군도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한다. 정시모집 선발 비율 역시 현재17.4%에서 24.6%로 7.2%포인트 확대되고 수시모집 선발 비율은 현재 82.6%에서 75.4%로 줄어든다.
◆인문계열 의대 교차지원 허용으로 외고 강세 심화될 듯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인문계열 학생의 의대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하도록 하면서 전체 대학 입시에서 외고 강세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는 “정시에서 수능으로만 선발하고 의·치대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게 되면 결국 입시가 외고 학생에게 더 유리해 질 것”이라며“외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서울대 의대에 교차 지원을 할 것으로 보여져 외고가 급부상하는 반면 일반고는 서울대 입학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외고,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의대, 치대에 지원하게 되면 서울대 문과 최상위권 학과와 연세대, 고려대 등 문과 최상위 인기학과의 합격선에도 연쇄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며 “반면 지역에서 최상위권 학교내신을 가진 일반고생의 경우 지역균형선발에서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2개영역 2등급 이내에서 3개영역 2등급 이내로 상향 조정돼 서울대 입학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학원 김명찬 평가이사도“내신 성적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특목고, 자사고에 더 유리해졌다”며 “특히 수능 영향력이 커지고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서 일반고보다는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서울대 가기 더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웨이 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평가이사는“이번 서울대 입시안은 내신이 불리했던 특목고나 자사고 비평준화 우수고,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라며 “문·이과 교차지원이 허용되면서 외고생들의 서울대 이공계 진학이 쉬워 질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서울대는 의대의 경우 경쟁그룹이 만점자 그룹이기 때문에 인문계열 의대 교차선발로 특목고 합격생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 박재현 입학본부 본부장은 이와 관련 “문과 학생들에게도 이과로 올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라며 “치의학과와 수의예과는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없고 의대만 전체 정원(95명)의 30% 가량인 30명을 선발하기 때문에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이 외고 등 특목고에게 더 유리해 졌다고 볼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대학들 수시모집서 논술 축소할 가능성 높아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논술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주요 대학들의 수시 논술 축소나 폐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다른 주요 대학들의 수시 논술고사 실시 계획에도 부담을 주게 돼 점진적으로 수시 논술고사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해 정시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며“서울대도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하면 논술에 대한 부담으로 서울대를 기피했던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군, ‘나’군 모집군 연쇄 이동으로 합격선 예측 어려워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바꾸면서 같은 모집군에 있게 되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타 대학도 ‘나’군으로 바꾸는 등 연쇄이동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은 서울대·서강대가 정시모집에서 ‘나’군에서 선발해 왔고 연세대·고려대 등은 ‘가’군,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가·나’군 분할 모집 방식으로 선발해와 서울대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연세대나 고려대에도 원서를 쓸 수 있었다.
임 대표는 “서울대가 모집군을 ‘가’군으로 이동하면서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까지 연쇄적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해당 군내에서 대학별 경쟁 관계가 변화돼 정시 합격선에 예측이 어려워 지는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 이사도 “서울대가 ‘가’군으로 이동하고 연세대와 고려대가‘가’군에 남으면 우수학생 유치가 어려워 지기 때문에 모집군을 ‘나’군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정시 모집에서 예상 합격 점수가 달라질 수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서울대가 정시 선발비중을 24.6%로 늘리고 수시 정원을 75.4%로 줄이면서 다른 대학들의 정시 선발비중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사는 “이번 서울대 입시안은 연세대나 고려대 등 다른 최상위권 대학들과의 우수 신입생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연세대와 고려대 등 다른 최상위권 대학들이 모집군을 이동해 복수 지원이 가능하더라도 면접 구술이나 논술에 자신이 없는 수능 고득점자들의 서울대 정시 입학이 쉬워지면서 서울대 수능 합격선은 지금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