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정부가 5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2011년 창당 후 약 2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청구인은 대한민국 정부, 법률상 대표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전 11시 57분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정당 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 정식 접수됐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 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새진보통합연대)간 통합에 의해 결성된 정당이다.
민족해방(NL)계열이 중심이 된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출신 친노무현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참여당, 그리고 민중민주(PD)계열이 주축인 진보신당 탈당파가 이듬해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진보진영 대통합을 선언하며 합당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국민 참여당의 유시민, 진보신당 탈당파의 심상정과 민주노총 출신 조준호 등을 주축으로 공동대표 체제가 꾸려지면서 진보진영 제세력이 뭉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진보당은 지난해 초반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4월 총선에 나섰고 지역구 의원 7명, 비례대표 의원 6명 등 13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진보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으로 분열의 길을 걸었다.
당내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자체 조사결과가 5월 발표되자 국민참여당 계열과 진보신당 탈당파는 수용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등 소위 당권파는 반발했다.
결국 국민 참여당 계열과 진보신당 탈당파는 당 중앙위원회 등 당내 절차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직과 의원직으로부터 사퇴하길 거부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을 제명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5·12 중앙위 폭력사태 등 잡음이 일었다.
제명과 관련해 이견을 보인 끝에 국민참여당 계열과 진보신당 탈당파는 결국 지난해 9월 탈당을 택해 진보정의당을 창당했다.
분당에 타격을 입은 진보당은 위기를 타개하는 차원에서 이정희 후보를 대선에 출마시켰지만 대선후보 TV토론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강한 어조로 공세를 편 끝에 보수진영의 반발을 사게 됐다.
통합진보당은 이후 종북(從北)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에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은 올해 초부터 당내 부정경선을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등 진보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진보당 의원들과 당원들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와 형사재판도 이어졌다. 민주당 역시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진보당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지난 8월 이른바 RO(혁명조직)를 문제 삼아 이석기 의원 등 진보당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사법조치에 나섰다.
이 의원이 구속 기소되자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진보당 해산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법무부는 산하에 태스크 포스팀을 결성하며 정당해산 청구 관련 실무를 검토해왔고 결국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구안이 의결됐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과로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아 그간 공식석상 등장을 자제해왔던
이정희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당사에 나와 ‘긴급 내란음모조작 공안탄압분쇄 민주민생수호 투쟁본부 중앙회의’를 주재,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이 대표는 “사상 유례없는 정당해산이라는 사문화된 법조문을 들고 나와서 진보당을 제거하려고 하는 음모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유신시대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유신시대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해산시키고 긴급조치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했던 어두운 과거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망령을 불러들여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정의를 난도질하고 있다”며 “무차별적인 종북공세와 내란음모 조작에 이어 진보당 해산시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행동들은 정통성 없는 정권, 부정으로 잡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임을 우리 국민들이 모를리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