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궁극적지향점을 “농업인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존재”,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 추구”에 두고 있다는 농협이 실상은 온통 비리백화점인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은 여야 의원들의 샌드백이 됐다. 조합 임직원들에 대한 ‘뻥튀기 대출’은 물론, 실적 악화 속에서도 임원들에 대한 임금 인상,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학자금 지원 등 이른바 자기들만의 ‘돈잔치’ 부실경영 실태가 수두룩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는 농협이 농업인들을 팔아 자신들 배만 불려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충격적 실체를 알게 된 국민들은 정치권과 함께 농협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농협은 그야말로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상황이다.
◆조합원들 돈은 내 지갑 속 돈? 모럴헤저드 심각
지난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농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성 질의는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새누리당 신성범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농협중앙회 지역 회원조합의 ‘뻥튀기 대출’ 사례는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뻥튀기 대출은 담보 감정가를 부풀려 대출금액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빌려준 돈들은 대체로 원금 회수율이 떨어져, 그 피해가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렇게 이뤄진 뻥튀기 대출은 2012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18개 회원조합에서 총 1,566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중 58건은 담보감정가가 무려 200% 이상이나 부풀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도 최고는 538.5%나 부풀려졌다.
이 같은 뻥튀기 대출로 인한 손실액은 4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역 회원조합이 1100여 개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8개 회원조합의 손실액 44억원은 조족지혈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들 외에도 지역농협 역시 각종 횡령 비리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부터 올 9월말까지 조합감사위원회에서 의결한 지역조합 89곳의 각종 비리 손실금이 13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홍문표 의원에 따르면, 서울의 한 지역농협 여직원은 5년 동안 고객 돈 26억 원을 자기 돈처럼 빼내 사용했으며, 경북 포항의 지역농협 한 직원은 주식 투자로 돈을 잃은 뒤 농민들의 출자금 12억원을 횡령했다. 경기도의 축산 농협에서는 창고를 관리하던 직원은 소고기 90톤, 23억 원어치를 몰래 빼돌려 팔아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도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크게 늘어났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에 따르면, 임원 및 집행간부들이 특별성과급 지급한도를 당초 기본급대비 ‘-20%~60%’에서 ‘-30%~80%’로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 임금을 동결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모두 쇼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농협은 임원 및 집행간부에 대해 5개월간 기본급 10%를 반납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조차 꼼수였던 것이, 농협은 기본급 10% 반납 결정 2개월 전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정’을 개정해 성과급 한도 폭을 크게 확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급을 10% 반납하기로 했지만, 성과급이 크게 늘면서 농협 임원들의 전체 보수는 평균 5~20%까지 인상됐다. 실례로, 집행간부는 490만원을 반납했지만, 특별상여금으로 평균 23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경영악화에도 돈 잔치
농협금융지주의 경우는 회장의 기본급이 3개월 만에 2배나 인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손익이 약 3000억원 줄었지만, 농협금융은 출범 3개월 만에 회장 기본급을 1억28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농협금융 회장은 연간 1억5600만원의 경영활동비를 지급받아 새롭게 바뀐 규정대로라면 매년 기본급과 성과급, 경영활동비를 포함해 연간 6억96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농협의 방만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6년간 임직원 자녀 학자금으로 163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임직원에 대한 지원 금액이 농업인 자녀에 대한 지원금보다 무려 8배나 많은 금액이라는 것.
이운룡 의원은 “농협 임직원 자녀들에게는 유치원, 중고교, 대학교 학자금 전액이 지원됐고, 해외유학에 대해서도 학기당 최대 619만원 한도 내에서 학자금이 지원됐다”며 “그러나 이 기간 농협이 농협복지재단을 통해 농업인 자녀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6년간 21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게다가 농업인 자녀 학자금은 신청자 중 일부에게 대학교 학자금만 지원할 뿐이었고, 한도 또한 학기당 300만원으로 제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금 수혜 대상자만 하더라도 임직원 자녀는 6만9530명인데 반해, 농업인 자녀는 9106명에 불과했다. 이쯤 되니, ‘농협이 농업인들을 위한 조합인지, 농협 임직원들을 위한 조합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한 일이다.
이밖에도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농협금융이 지난해 11월, 11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초 책정되지도 않았던 예산을 전용하면서까지 회원권을 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책성 질의를 했다. 이에, 임종용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중앙회에서 가지고 있던 것을 신규로 샀다”고 김 의원의 지적을 시인했다.
또, 농협중앙회가 계열사에 자사 선물세트를 구입하도록 강요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상 농협중앙회도 ‘갑의 횡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이에 대해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명절 때 잘 팔려야 농민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계열사들이) 이해가 잘못된 것 같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처럼 농협이 내부적으로 전방위 부패해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농협에 대한 대수술도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특히,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농협이 더 이상 정권에 기댄 조직으로 남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경우 MB맨으로 불려온 바 있어, 여당 의원들의 농협 때리기는 최원병 찍어내기 일환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6주년 426호 커버스토리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