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의 첫 양자회담 일정으로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요디아 발리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약 45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지난 6월 말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석 달 만에 두 번째 갖는 양국 정상회담으로, 박 대통령이 한 국가 정상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만찬에 앞서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눈 것을 포함하면 세 번째 만남이다.
박 대통령은 영변 원자로 문제를 언급하고“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며 중국측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여러 형태로 협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정말 중요하다”며“지금 북한 주민의 많은 숫자가 만성 영양실조에 걸려있다고 하는데 핵무기에 모든 것을 쏟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경제발전에 주력하도록 중국이 많이 설득하고 힘써달라”고 시 주석에게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가능한 한 단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것을 위해 중국측이 앞으로 계속 적극적인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며“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에 대해서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기본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며“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해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 등 4개부서는 지난달 말 주로 화학물질이나 기술, 장비 등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들을 북한에 대한 수출금지품목으로 정해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은“무력에 의한 방법으로는 (북핵문제를) 풀 수가 없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특히 6자회담의 조기 개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은 지난번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다만 표현이 보다 명확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지난번 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 주석에게 사의를 표했다.
또 “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 덕분에 개성공단이 발전적 정상화를 하는 데 합의했고,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하고 사흘 전에 일방적 취소를 하는 바람에 평생 50년 이상을 기다려 온 이산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최근 한반도 긴장국면이 완화되고 있는 것을 두꺼운 얼음이 녹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박 대통령이 전략적인 안목을 갖고 정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DMZ 평화공원이 실현될 경우 지역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도 이 문제에 대한 수동적 제거를 위해 중국 측이 할 수 있는 일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협조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방중 당시 시 주석으로부터 받은 서예작품에 써있는‘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시구의 뜻풀이를 하면서“양국 관계가 지난 국빈방문 이후로 한층 더 격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지금 중·한 관계는 매우 좋게 발전하고 있다. 외교·국회·국방·경제·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기적인 대화 체제를 구축했다”며“우호협력의 튼튼한 국민적 기반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또 추진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1단계 협상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2단계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양측 간 협력을 계속해나가자”고 말했으며, 시 주석도“수준 높고 균형적인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