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는 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최모씨 등 4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의 경우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어 반드시 공직선거에서의 직접투표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들의 관계를 볼 때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하는 점 등을 내세워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경선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거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공직선거에서의 보통·직접·평등·비밀 투표라는 4대 원칙이 그대로 준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 대부분 부모·자식 관계나 부부, 형제, 지인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특별한 사정으로 투표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위임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사건은 대리투표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포기하고 대리투표 금지에 대한 당헌·당규 등을 마련하지 않은 통진당의 당직자들과 선거 관련 담당자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당내경선에서 대리투표 행위가 제한없이 허용된다거나 항상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헌법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헌법상 선거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면서“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는 원칙”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통진당원 최씨 등 45명은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전자투표 과정에서 다른 선거권자들로부터 인증번호를 알아내 투표시스템에 접속해 대리투표를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통진당 부정경선’ 사건에서 대리투표 횟수가 많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한 20명을 구속기소하고, 비교적 범행가담 정도가 경미한 442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최씨 등 45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선 가담 정도에 따라 벌금 200만원~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