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대타협위는 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 가운데 하나다. 복지 확대는 곧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고민해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적절한 복지수준과 이에 따른 조세부담 규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국민대타협위의 주된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대타협위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대타협위, 국민정부 전문가로 구성…재정문제 참여가능성도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새누리당 공약집에서도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국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 ‘자신을 포함한 공동의 부담확대에 기초한 복지사회 구현 논의를 시대적 사명인 국민대통합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실효성 있는 합의를 도출한다’ 정도로만 언급됐다.
다만 위원회의 성격을 고려해 봤을 때 1997년 말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구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가 이해관계 당사자인 노동자와 기업, 정부 간의 협의체였듯이 국민대타협위는 세금 부담 주체이자 복지 수혜자인 국민, 재정 및 복지 정책 설계자인 정부, 그리고 조세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형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기능도 복지와 조세 수준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가재정 운용에 대한 직접 참여나 감시 기능까지 갖출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정비전과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국민들이 조세개혁과 나라살림 운용에 직접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기구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추가적인 복지지출과 그에 상응하는 재원마련 방안 등을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국민대타협 기능도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 이어 재차 국민대타협위 구성을 약속한 만큼 연내 구성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의 논의를 거쳐 올해 중 세입확충 폭과 방법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국정과제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복지공약 이행위해 증세존의 본격화 가능성도
국민대타협위의 구성은 박 대통령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임기 중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한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은 '공약포기는 아니며 국민과의 약속은 임기 내 반드시 실천하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논란이 된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세수부족 때문에 공약대로의 약속을 당장에 지키지 못했을 뿐 재정건전성이 나아지면 언제든 공약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는 일단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여건이 개선되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제성장의 둔화세와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부진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부진했던 경기가 내년 세수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내년도 경제성장률(3.9%)조차 민간기관들의 예상치보다 높아 세수를 다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복지공약의 축소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만일 올해처럼 내년 또는 그 이후 세수여건이 악화될 경우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증세 뿐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최근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 재원을 마련토록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증세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국민대타협위의 구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복지재원 확충 등을 위해 불가피한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편 이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