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 방침에 맞서 새누리당이 국회 선진화법 수정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반짝' 등장했다가 다시 잠잠해진 수정론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재등장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 직후인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선진화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정기국회의 정상적인 운영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민주당이 악용하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이 내세우기 시작한 수정론의 명분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식물국회법으로 전락 위기에 있는 선진화법과 이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등에 업고 뚜벅뚜벅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야당과 소수당의 의견은 존중돼야 하지만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고, 무소불위식으로 소수의 입맛에 맞는 결정만 이뤄진다면 그것은 소수의 폭거”라며 “다수결의 원칙이 무너지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선진화법은 그야말로 선진화 된 정치문화 속에서 꽃 피울 수 있음을 민주당을 통해 더욱 절감한다”며 “자칫 국회가 선진화 되기는 커녕 ‘식물화’에서 더 나아가 ‘국회 무생물화’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에 그치도록 민주당의 이성적 판단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애칭으로 지어준 선진화법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후진화법이 되고 있다”며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을 선진화라고 할 순 없다. 선진화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새누리당이 발의해 여야 합의로 처리된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횡포와 이에 따른 몸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선진화법에 대한 여권의 불만은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반짝' 표면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정부 여당이 선진정치를 위해 갓 도입된 제도 탓을 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