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녀 외혹으로 전격 사퇴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최대 핫이슈로 떠올랐다. 채 총장 사퇴와 관련, 청와대 외압설 등을 주장하며 정치적 쟁점화를 시도해온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3자회담의 핵심 의제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정국 정상화를 가늠하는 주요 의제가 된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강력 주장해온 국정원 개혁문제 보다 채 총장 사퇴건이 현 정국에서 더 강력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장 16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에서 채 총장의 사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향후 정국흐름을 주도할 중요한 키가 됐다.
김한길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겼던 채 총장을 유신시대에도 없던 방식으로 결국 몰아냈다. 채 총장 사퇴로 철저한 진상규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3자회담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많지만 저는 3자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자회담의)주요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개입의 폐해가 돼야 한다”며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와 관련한 분명한 답변을 박 대통령이 준비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3자회담에 참석하는 대신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채 총장 문제를 따져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대표는 또“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경찰의 축소 수사가 은밀한 공작이었다면 채 총장 몰아내기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문란”이라며 “민주당은 권력에 의한 검찰 길들이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높은 대응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3자회담에서 채 총장 문제가 원만하게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정국 정상화의 수순을 밟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 총장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채 총장에 사퇴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설을 일축하면서, 채 총장 사퇴에 앞서 혼외자녀의 진실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채 총장 문제는 개인의 윤리 문제로, 혼외아들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의 문제다. 어느 기관의 배후설, 의혹설 등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혼외 아들이 없다는) 채 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의표명 전에 진실을 먼저 밝히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감찰 지시 논란과 관련해서도 “제가 알기에는 법무부가 검찰에 자체 조사를 요구했는데, 자체 조사에 대해 못하겠다고 해서 부득이 하게 법무부가 감찰관을 통한 진상 규명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채 총장의 사퇴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검찰총장의 사퇴가 독자적 결정이었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검찰을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정권과 언론의 합작품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의 거짓 없는 해명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한길 대표도 “이번에 검찰총장 사퇴시킨 반법치주의적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있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사퇴 압력설과 혼외자녀 논란 등 채 총장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 3자회담에서 어떤 해법이 도출될지 아니면 상호 입장차만 확인해 더 큰 정국파행을 야기하는 결과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