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3·15 부정선거’발언에 새누리당이 강력반발하면서 가뜩이나 냉랭한 정국이 더 얼어붙고 있다. 여야가 모색해 온 대통령과의 3자 회동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대선불복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지난 21일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4·19 혁명을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를 반면교사로 삼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대선불복'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2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고,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의도적인 대선 불복행위”라고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롯해 국정원정국을 해소할 카드로 추진돼온 ‘박근혜 대통령-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수했던 청와대 사이에서 3자 회담이라는 접점 찾기가 진행 중이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에 3자 회동의 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수석부대표는“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자주 통화하면서 (3자회담) 의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과 여야 회동을 성사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진행돼왔음을 소개했다.
하지만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3·15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새누리당도 강경 모드가 되살아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 현안을 제외한 민생 현안으로 의제를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3자 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중진들의 요구에 “민주당이 주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이 정말로 합당한 요구인지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요구사항에도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즉, 민주당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원한다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책임자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등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 특위 신설도 부정적이다. 윤 수석부대표는“국정원이 스스로 개혁 방안 만들어서 법적으로 고치고, 필요한 건 정보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국정원 개혁특위를 하면 또다시 정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여야가 또 이전투구 싸움만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따라 민주당이 장외투쟁 강도를 높이기로 한 것과 맞물려 냉기류에 휩싸여있는 정국은 더 얼어붙을 조짐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총체적 국기 문란의 진상을 밝히고 투쟁을 흔들림 없이 전개해야 한다”며 천막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 역시 단독회담 여부에 대해“시국상황이 엄중하니 청와대가 면담을 요청해야 하는데 우리가 영수회담을 해 달라고 할 필요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며 “꼬인 정국을 청와대가 풀어야하는데 박 통의 제3자적 화법이 문제”라고 당내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청와대는 영수회담은 물론 3자 회담 등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3·15 부정선거 발언’에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국정 난맥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활동이 오는 23일로 마무리되고, 8월 결산 국회는 물론 9월 정기국회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민생행보를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