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면한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14년에 걸친 잇따른 송사를 견뎌내고 4번째로 무죄, 그의 순탄치 않은 정치여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남 보성 출신의 박 의원은 광주고,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나왔고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해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 대검 중수부 1·2·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지냈다.
이후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정계에 입문,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전남 보성·화순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 동구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88.7%)로 당선됐다. 올해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직 동장 투신사망 사건'의 여파에도 불구, 전국 최저 득표율(31.6%)로 당선됐다.
이 와중에 박 의원은 쉴 틈 없이 송사에 휘말렸다. 그는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에 휘말려 첫번째로 구속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구속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아내며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3번 구속 3번 무죄의 신화'란 평이 따라붙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모두 336일간 구속됐고 특히 3번째 구속 당시인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때는 심장 관상동맥이 4군데나 막혀 대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7월 4번째로 구속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번에는 그의 정치인생이 정말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총선 전 광주 동구 계림1동 비상대책추진위원회와 지원2동 경선대책위원회 등 사조직을 설립하도록 보좌관 등에게 지시하고 경선운동을 할 수 없는 구청장과 공모해 불법적으로 민주통합당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밖에 전남 화순군 모 식당에서 광주 동구청 소속 동장 13명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6형사부(부장판사 문유석)는 지난해 6월27일 공직선거법 위반(사조직과 유사기관 설립 및 경선운동 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국회 역시 1심 재판부가 요청한 체포동의안을 7월11일 가결했다.
이어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창한)는 7월17일 박 의원에 대한 심문절차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박 의원을 법정 구속했다. 박 의원은 선고 직후 광주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해 9월27일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고 박 의원은 곧 석방돼 여의도로 복귀했다. 동구청 동장 모임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한 것은 유죄지만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위한 대책위원회 설립은 무죄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검찰 상고에 의한 상고심에서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5월9일 원심 재판부의 판단누락을 이유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고,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2일 대법원의 지적을 반영해 벌금 80만원을 다시 선고했다.
의원직 상실형(선거법 위반죄 벌금 100만원 이상)을 면한 박 의원은 별명인 불사조처럼 회생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진실은 잠시 숨길 수는 있지만 영원히 지울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의 천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