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신원공개를 차단하기 위한 ‘가림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가림막을 문제 삼으며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은 장막을 걷고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박원동 국장은 핵심 증인일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커넥션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박원동 민병주는 현재 국정원에 출근하지 않고 아무런 보직도 없다. 그런데 월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박원동 민병주 증인은 커튼을 걷고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최모, 김모 증인은 이 두 증인으로부터 1m 떨어져있다. 진술을 협의하고 짤 수 있다. 저 가림막 앞 현직 직원은 얼굴 비공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짜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저 안에 들어가서 짜는지 안 짜는지 감시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여야 각 정당의 보좌관이 저 안에 들어가서 저분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행정실은 가림막 아래 부분을 가위로 잘라 달라”고 제안했다.
같은당 신경민 의원도“(외국에도)스크린에 숨는 경우가 있지만 저렇게 완벽하게 숨는 경우는 없다.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 손을 내놓게 하는 식으로 하든지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전직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나와 있는데 박원동과 민병주도 똑같이 전직인데 왜 숨어있나. 그리고 박원동은 허브에 있는 중대한 증인인데 도대체 박원동이 무슨 권력이 있고 무슨 비밀을 알고 있기에 누구의 지시로 직을 유지하면서 월급을 받냐”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남춘 의원은 “박원동과 민병주 증인은 국민에 심각한 죄를 지은 탓에 명퇴를 하려고 해도 명퇴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저분들은 저렇게 보호해줄 아무런 실익이 없다. 국정원 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시일이 끝난 분들이다. 나와서 증언해야 국민감정에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박영선 의원도 “밀폐돼 있어서 필담을 나누는지 컴퓨터를 갖고 뭔가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차단막을 도려내야 한다”며 “아까는 구멍이 있었는데 국정원 직원이 거기를 뭔가로 메워버렸다. 저것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 특위 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가림막 설치가 민주당 특위 위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 항변하며 “박원동 민병주 증인은 신분상 현직 국정원 직원이다. 출근하는지 안 하는지도 어떻게 알 수 있냐. 그러니 현직으로 다루는 게 맞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 “가림막 공사는 오로지 민주당이 동의해서 저렇게 설치된 것”이라면서도“의심이 있으면 여야 보좌관을 1명씩 집어넣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같은당 김태흠 의원은 “오늘 민주당이 말하는 것을 보면 역시 국정조사에서 나올 것이 없고 여러 가지로 불리하니까 판을 깨려고 하는구나란 의도가 감지된다”며 “민주당은 자기들 목적에 의해서 법도 어기고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이는구나라는 것을 느낀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장막을 얘기하면서 박원동 민병주 증인을 밖으로 나오라는데 법에도 명시돼있다”면서 신경민 의원을 겨냥,“왜 명퇴도 안 하냐고 하는데 법 좀 읽어보라. 수사 중인 사람은 명퇴시키거나 자르고 싶어도 자를 수 없다. 억지 좀 부리지 말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공방이 1시간 이상 이어지자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가림막 설치 근거를 두고 국정원 측이나 여당 측에서는 법이라고 하는데 법은 아니고 보안업무관리 규정이다. 가능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하는 건 법이다. 여야 특위 위원간 정치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인 심문에 들어가기 전에 김무성·권영세 증인 소환 문제, 가림막 설치 문제, 가림막의 형태 문제, 선서 거부에 대한 고발 문제 등에 관해 간사 간에 협의하라”면서 정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