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맡았던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2일 확인되면서 정치권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실명제 20주년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한 뒤 취재진과 만나 최 교수의 사임과 관련, “지난주 토요일 날 말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는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보니 많이 힘드셨던 것으로 들었다. 최 교수의 말에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여서 왜곡하고 폄하하는 그런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최 교수가 이사장을 맡은 후 한 모든 발언은 정치적 의도나 정치적 이해타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최 교수와 관계와 관련해선“만나 뵙고 상의를 드릴 것이다. 조언이나 가르침을 계속 배워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정책 개발이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하는 학자가 아닌 독자세력화를 이끄는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본의 아니게 맡게 된 점에 부담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 교수는 지난달 19일 전주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전주 심포지엄’에서 “중앙과 지방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을 많이 느끼게 된다”며 지역 공략 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자신의 이 같은 발언과 행보에 정치적인 분석이 개입되자 최 교수는 학자로서 자신과 정치인으로서 자신 사이의 괴리감에 불편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자신을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 의원을 연결하는 고리로 본다거나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기 위한 매개, 안철수 신당창당을 위한 기획자 등으로 보는 시선 역시 최 교수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 교수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탓에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던 안 의원으로선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안 의원은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표심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신당의 정책을 만들고 있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역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안 의원 측은 일단 최 교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뒤 그 이후에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홈페이지에는 안 의원과 어깨동무를 한 최 교수의 사진이 그대로 걸려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타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안 의원은 정치행보에 속도를 올리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인 ‘자금세탁 방지법안’을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차명거래와 자금세탁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법안은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특정금융거래정보법(FIU법) 개정안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대한 법 개정안 등 총 3가지로 전해졌다.
이 밖에 안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묘지 내 100주년선교기념관을 찾아 최초의 한글교과서를 만든 교육자이자 일제침략의 부당함을 알린 역사학자 겸 독립운동가인 헐버트박사 64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트위터에는 '58일만의 한국일보 정상발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도 올렸다. 국회 입성 110일째 만에 위기를 맞은 안 의원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