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잇단 낙마 등 인사 실패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반드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인사 관련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첫 만찬회동을 갖고 “청와대에 와 보니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 각 기관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그 자료에 없는 사항이 나와 문제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력이 없지 않으나 청문회에서 당황해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며 “지켜보고 도와달라”고 밝혀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보였다.
이어 “그 분야에서 전문지식이 있고 특히 여성이 여성 전문분야가 아닌 해양 부문에 여성장관이 가면 잘 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로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인사검증질의서를 받지 못하고 청와대에 20여분만 통화했다고 한다. 너무 놀랐다”고 말하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대선 때 공약한 검찰개혁을 잘 이행해 달라’고 요청하자 “검찰개혁은 내가 약속했었고 공약했던 사항이니까 여야가 합의해서 빨리 처리하길 바란다”며 “본인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처리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창조경제와 관련, ‘창조경제는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몇 년간 천천히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 “창조경제 반드시 해야 된다”며 “그렇게 해야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창구로 나오라고 한 것”이라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고통이 심해서 업체들의 입장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왜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는지,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며 “그래서 대화의 창구로 나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화를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대화제의에 대해 “우선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의사표명을 한 것은 잘 하신 것”이라며“참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한식과 와인을 곁들인 만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생일을 맞은 문 비대위원장을 위해 생일 케익을 마련했고, 참가자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함께 축하한 뒤 문 위원장이 자른 케익을 함께 나눠먹었다.
이날 회동에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행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문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대위원들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21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