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흘째인 22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주로 정 후보자 아들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검증이 이뤄졌다. 3일간 진행된 이번 인사청문회는 첫째 날인 20일 정 후보자의 국정운영 능력을, 둘째 날인 21일에는 공직시절 활동과 도덕성을 검증한데 이어 마지막날인 이날에는 증인·참고인 심문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진한 부분에 대한 의혹 검증이 이어졌다.
◆아들 군면제 의혹 “못갈 정도였냐”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병원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면제를 받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정 후보자 아들이 허리디스크 치료 기간에도 음주를 즐긴 점, 현재 왕성한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점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병역 기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자 아들은 지난 1997년 첫 징병검사에서는 1급을 받았다가 서울대 공대 대학원 시절인 2001년에는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5급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지금은 탁구동호회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계속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통해 정상적인 활동에 문제가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김희정 의원은 “디스크 고통을 참고 공부했을 정도면 군대를 갈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가수 휘성씨도 같은 증상을 받았지만 현역 입대 했는데 정 후보자의 아들의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의 둘째 아들은 파열성 디스크로 군 면제를 받았지만 현역 입대 했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들도 척추분리증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자원해서 공익근무 요원을 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공직-로펌-공직, 신(新)회전문인사 지적
인사청문회 마지막날에도 전관예우 문제가 빠지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2006년 11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퇴임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2008년6월까지 법무법인 로고스의 고문변호사로서 5억4700여만원의 예금이 증가해 '전관예우'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양인평 변호사(당시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정 후보자가 2년 근무기간 동안 10억800만원 가량을 받은 데 대해 “적게 받는 편”이라며 “다른 로펌 변호사에 비하면 월 2000만원은 많은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은“로펌에서 많은 돈을 벌고 다시 고위공직자로 돌아오는 신(新)회전문인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 “자료제출 왜 안하느냐”문제 제기
전날 청문회 1시간 파행의 원인이었던 자료제출 문제가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또 불거졌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은 “정 후보자가 병역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 처럼 아들 재산에 대해서도 당당하면서 재산신고 내역을 제출하면 되는 것인데 제출하지 않고 있어서 의혹을 더 풀리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정부기관에 제출된 서류 한장만 제출하면 되는데 왜 제출하지 않는 것이냐"며 "제출을 못하겠으면 열람 정도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어제도 이 문제로 청문회가 1시간 이상 파행했는데 계속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청문회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자료제출 요구대상은 국가기관 등에 한정하고, 사기업에 대해선 강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청문회는 저 자신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자리였다”며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지만 총리가 된다면 대통령을 바르게 보좌해 국민이 행복한 새 시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흘동안의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정직하고 진실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지만 충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부와 질책은 나라를 걱정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