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타격을 받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일단 출마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연대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현실에서 고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재 역할에 나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22일 밤늦게까지 논의를 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부산에서 상경한 문 상임고문과 야권연대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다.
이 대표는 이 회동을 위해 23일 오전 망월동 5·18 민주묘역 참배 등 광주에서 진행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전날 오후 늦게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한명숙 대표는 동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후보등록 마감일인 이날 오후 2시께 등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밤 늦게 2∼3시간 가량 문 상임고문과 단독으로 회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 이사장이 사퇴 요구를 하려고 온 자리는 아니고 전반적인 야권연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별다른 결과가 전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에서도 이번 회동에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이날 출마를 강행하게 되면 사실상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의 틀도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권연대 위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양 당 대표 간의 공식적인 회동이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쪽에서 안산 단원갑 후보로 백혜련 변호사를 재공천한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실타래가 꼬여가는 상황이다.
한편, 이 대표가 야권연대의 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당내 이해관계도 얽혀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통합진보당 내에는 유시민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국민참여당 세력과 함께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등을 주축으로 한 일부 진보신당 출신 합류 세력이 있다.
이와 함께 한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이정희 대표를 위시한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세력이다. 경기 성남지역 노동·학생 운동권 세력을 주축으로 한 계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이 계파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경기 성남 중원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가 이 계파 출신으로 알려져있지만, 과거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사퇴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주변의 사퇴 압박 속에도 함부로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대표는 전날 한 인터넷매체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사퇴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저는 이일을 접하고 처음에 사퇴를 생각했다. 솔직히"라며 "'저는 적격자가 아니다. 새로이 완전히 깨끗한 분이 올라오라'고 하는 것이 감동인지, '반성했다. 그리고 바꿨다'고 말씀드리고 바꾼 현실을 보여드리는 것이 감동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 내 정파문제가 얽혀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저는 그 조직의 실체가 무엇인지, 당 대표를 하고 있는 지금도 한 번도 알려고 한 적도 없고 하지도 못한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