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둘러싼 증거인멸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윤해 형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형사1부(단성한), 형사3부(전영준), 특수3부(조두현)에서 각각 1명씩 차출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당초 검찰 안팎에선 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서울경찰청의 사건을 지휘해온 형사3부의 수사력을 고려해 특수부가 아닌 1차장 산하 형사부에 맡겼다.
또 특임검사를 통한 수사도 거론됐지만 검사의 비위와 연관된 정황 등은 없어 특임검사 도입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3부가 시경 사건을 담당하다보니깐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많다"며 "(민주통합당에서)특검을 운운하지만 우리가 잘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대출받아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 또 당시 내사기록 등도 함께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폭로한 내용 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나올 경우 제한을 두지 않고 모두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실패한 수사'를 재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지만, 선거일정과는 무관하게 통상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수사를 우선 진행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에 상관없이 통상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이날 장 전 주무관에게 오는 20일 오전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직접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곧바로 소환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총리실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이강덕 전 공직기강팀장과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소환은 장 전 주무관의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장 전 주무관이 언급한 인물들은 필요하면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에서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로부터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고, 2009년 8월부터 2년간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매월 280만원씩 청와대에 상납해 왔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