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1일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병용(54)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3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검찰청사에서 46일에 걸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비서관이 2008년 7월1~2일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제공해 정당법 제50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차장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고 의원이 돌려준 현금 300만원의 출처는?
"박 의장의 돈이라는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전대 즈음인 2008년 7월1일 오후 4시 박 의장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현금이 인출됐고, 돈 봉투 안에 박 의장의 명함이 있었다는 고 의원측의 진술 등을 참고했다"
-당시 인출된 금액의 규모는?
"박 의장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7월1일에 1억, 2일에 5000만원이 인출됐다. 통장 개설은 박 의장 본인이 했고, 인출은 직원이 했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비서관 각각의 역할은?
"본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할분담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고 의원측에 전달된 돈이 박 의장 계좌에서 나왔고, 김 전 수석은 이를 총괄하면서 관여했다는 정황과 진술을 확보했다. 그래서 박 의장, 김 전 수석, 조 비서관이 공모해 고 의원측에 300만원을 건넨데 대해 기소했다"
-직원이 인출한 돈을 조 비서관에 직접줬나?
"직원이 현금을 인출해서 조 비서관에 전달하고, 김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또 달ㄴ 사람이 고 의원측에 돈을 전달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의장의 역할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나?
"특별한 진술은 없었다.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은 상황이라 박 의장에 대해서도 그랬다"
-이들에게 정당법 제50조 제2항을 적용할 수는 없었나?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의 경우 '지시자'로 볼 수 있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봤다"
-인출한 현금의 나머지 사용처가 불분명한데?
"박 의장 측은 전대 전날 또는 당일 이벤트 비용 등 긴급하게 소요되는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인출했다고 했다. 현금이라 명확한 사용처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300만원을 전달했다고 자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인가. 지시를 받았다거나 누가 관여했다는 등의 진술 여부는?
"1명이 '내가 전달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그 외 자백이나 고발사항은 없었다"
-안병용 위원장의 2000만원을 적용 안한 것은 납득이 안가는데?
"증거부분은 피고와 검찰이 재판장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야 하는거다. 300만원에 대해서는 일부 진술이 있어서 박 의장 측에서 제공된 자금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지만, 2000만원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진술 자체가 없었다.
안 위원장도 자신이 돈 줬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윗선'이 추궁이 안되는 상황이다. 돈 받는 자리에서 김 전 수석을 봤다는 진술만 있었고 나머지 4명은 본 사실도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구 의원 5명을 모아 명확하게 지시를 했다. 이어 누군가 돈을 가져와서 은평구의장실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 그러나 이건 불법이라며 돈을 돌려주자고 해서 다시 줬다는 등의 진술이 구체적이다. 진술은 충분하지만 당시 김 전 수석을 봤다는 1명의 진술만으로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지시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지난 20일 안 위원장 공판에서 수사상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안 위원장 사건과 박 의장측 사건에서 일부 같이 들어가야 할 증거들이 있다. 그래서 연기요청을 한 것이다"
-300만원이 박 의장 및 김 전 수석과 연관됐다는 진술은 어느정도 구체적인가?
"법정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야 할 부분이다"
-라미드그룹의 수임료 사용처 확인됐나?
"이 돈은 이미 보도된 것처럼 선거캠프 관계자가 1000만원짜리 수표 4장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걸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의 2000만원이 이쪽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하고 수사했지만 현금은 꼬리표도 없기 때문에 입증 못했고, 관련자들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뿔테남' 곽모씨는 누구한테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나?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지시받았다는 내용의 진술은 하지 않았다. 전달했는지 기억이 없다는 등으로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진술만 했다. 구체적 진술을 안했다. 그러나 다른 증거들에 의해 돈 전달자가 곽씨인 것은 특정했다"
-1000만원짜리 현금화 한 것 중 라미드측이 다시 가져간 것은?
"있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대 이후다. 수사와는 상관없다"
-의장실에서 돈을 옮겼다는 부분은 사실인가?
"사실이 아니다. 또 증거인멸 시도와 관련해 공개할 만한 특별한 상황은 없다"
-사법처리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고명진 비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곽씨는 단순 전달자에 불과해 입건하지 않았다. 이봉건 비서관은 구체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확정되지 않았고 고 비서는 약간만 관여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전 수석은 혐의 인정했나?
"명확하게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돈 봉투 돌리는 것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한 이유는?
"수사 초기였고, 일부 구 의원들을 상대로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있었다. 영장 청구 전의 일이다. 당시 구 의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다. 그래서 회유를 막기 위해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박 의장을 지시자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 유죄에 대한 확신이 없나?
"상식적으로 보기 때문에 박 의장을 기소한 것이다. 엄밀한 증거법칙에 따라서 한다면 굉장히 고민했어야 했다. 박 의장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도 되겠다'고 해 기소한거다. 선거 수사에서는 후보자와 당선자를 배제한 채 그 밑의 자금집행책이나 직원들만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엄격하게 증거판단을 하는거다. 현금 인출한 1억5000만원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봤을 땐 박 의장이 전혀 역할을 안했겠나하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기소했다. 유죄를 확신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생각해 기소했다고 하겠다"
-2000만원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다고 봤으면 처벌수위가 달라졌을 텐데?
"이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장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00만원과 2000만원을 증거능력과 증명력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 기본적으로 300만원 기소와 2300만원 기소는 재판에서 큰 영향이 없다. 사퇴 표명하게 하고 기소하느냐하는 부분은 검찰로서는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 2000만원에 대해 자신이 있었으면 기소한다. 그게 국민감정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 제출한 증거가 없다"
-쇼핑백 다량으로 제작됐을 텐데?
"대량은 아니다. 그런 봉투를 만들었다는 진술은 있었다. 그리고 돈 봉투 돌린 사람이 그렇게 들고다녔기 때문에 딴 곳에도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성 진술만 있었다. 전달한 사람도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상황이다."
-박 의장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없나?
"박 의장 측에서 뭉칫돈 발견된 것 없다"
-조 비서관이 방산업체에서 1억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본류가 아니라 따로 수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수사의뢰해 수사를 시작했고 신속하게 종결하자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특히 조 비서관은 정치인이 아니라서 정자법 적용하기도 어렵다. 향후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된다면 엄정하게 수사할거다"
-현금화한 돈의 용처가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용처불명의 돈들은 계좌 추적 과정에서 많이 나온다. 그걸 다 불법 선거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증거가 없다"
-선관위에 허위 보고한거는 처분 안하나?
"이번 수사는 정당법 위반 사건이다. 허위 신고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건 행정법규 위반이다. 일반적으로 벌금형으로 기소되거나 말거나 한다.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굳이 먼지털기식으로 안했다"
-불구속 기소한 3명을 공모관계라고 했는데, 수평적 공모라고 보는건지?
"엄밀한 의미에서 상하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 박 의장과 조 비서관을 동급으로 볼 순 없잖나. 그러나 지시를 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조 비서관이 전달자였다면 지시 의혹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금을 마련해 준데 그쳤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간에서 서로 지시하거나 협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 시작한지 40여일 넘었는데 고생한데 비해 사용처 나온게 별로 없다?
"준 사람 뿐만 아니라 받은 사람도 처벌받는다. 누군가 받았다고 하면 정치생명 끝나는데 누가 나서겠는가. 그래서 처음부터 말했듯 수사가 어렵다고 한거다. 수사 초기에는 300만원에 대해 밝힐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다. 유일한 단서가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과 뿔테를 착용한 남성이라는 것 뿐이었다. 그나마 수사를 열심히 해서 청와대 수석이 사퇴를 하고 국회의장과 함께 기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슬픈 현실이긴 하다. 우리는 그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민주통합당 돈봉투 수사는 어떻게 되고있나?
"구체 밝힐 순 없지만 조금 더 봐야 할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