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4·11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물갈이 공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수도권 친이(이명박)계와 영남권 친박(박근혜)계 등 현역 중진 의원들에게는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비대위에서 수도권의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 ▲양천갑 ▲분당갑·을 등 9곳을 비례대표 공천배제 지역으로 한다는 결정도 비례대표들의 용단을 촉구하는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당수 비례대표들이 대부분 친이계로 볼 수 있고 이들이 수도권·영남권 등 강세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친이계 원희목(강남을)·정옥임(양천갑) 의원 등은 공천배제 지역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정권의 최전방에서 정권을 보좌했던 인사들은 출마해도 되고, 비례대표들은 출마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회 균등 원칙에 맞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몽준 전 대표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비상상황을 명분으로 해서 반대세력을 몰아내는 공천학살을 하면 안 된다"며 "현재의 공천 심사 구조가 2008년 '공천학살'때와 너무 유사해서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2008년 당시 공천심사위원회를 포함해서 공천과정이 특정 계파를 중심으로 움직여 결국 친박(박근혜)계 학살로 나타났다"며 "그래도 그 때는 친박인 강창희 의원이 공심위에 포함돼있었고 최고위원회에도 친박 최고위원 3명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배려도 없다. 위험한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용퇴론도 박 위원장의 이번 결단에 따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5명이다. 새누리당 3선 이상 39명 중 특임장관에 내정된 3선의 고흥길 의원을 제외한 33명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에는 당을 위해서 사퇴해 주시는 분들이 좀 너무 없다"며 "당의 위기상황이었던 2004년에는 많은 분들이 사퇴를 해줬다"고 밝혔다.
권 사무총장은 "내가 책임을 지는 게 맞겠다하는 분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건 숫자적으로 몇 명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중진이든 아니든 책임을 져야 될 만 한 분은 좀 물러나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최다선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박종근, 이경재 의원 등 대부분의 친박 중진들이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가 중진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로 이어질 지 향후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