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돈 봉투 살포 사건의 수사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일 돈 봉투 살포자로 지목된 김경협 (50·민주통합당 부천 원미갑 총선 예비후보)씨가 돌린 것은 돈 봉투가 아닌 초청장 봉투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전날 늦은 오후까지만 해도 2차 출석통보를 검토할 만큼 김씨를 돈 봉투에 연루된 유력한 인물로 보고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장이 열린 서울교육문화회관의 폐쇄회로(CC)TV 48대 녹화자료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료 분석을 마친 끝에 CCTV 화면에서 누군가가 중앙위원들에게 봉투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 김씨를 돈 봉투 전달자로 지목했다.
지난달 31일 김씨의 부천 원미구 선거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이 깔려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검찰은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해 조사가 필요하다"며 "김씨로부터 봉투를 받은 사람들의 신원도 확인 중이다"라고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김 후보가 주머니에서 돈 봉투로 의심되는 봉투를 꺼내 지인 4명에게 전달한 장면을 의미한다. 검찰은 전날 봉투를 받은 민주통합당 인천 계양구 예비후보 김모씨를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했지만 마땅한 성과는 얻어내지 못했다.
반면 김씨는 당시 봉투를 돌린 장소가 화장실 부근이 아닌 유동인구가 많은 행사장 로비였고, 전달시점 역시 예비경선 행사를 마친 뒤 친분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배포한 것뿐이라며 검찰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특히 서울검찰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갖고 자신을 한나라당 돈 봉투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희생양'으로 비유, 검찰의 수사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순식간에 정치적 파장까지 불러 일으켰다.
결국 검찰은 김씨가 의혹에서 한 발 물러난 만큼 추가 조사나 소환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씨에 대한 의혹은 공식적으로 피내사자 신분에서 내사종결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마땅히 내놓을만한 카드가 없는 상태에서 답보상태에 빠진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현재 제 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사를 강행할 경우 향후 돈 봉투 사건이 정치권으로 확산, 자칫 검찰수사 자체가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비관도 곁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털고 갈건 확실히 털고 새로운 방향에 수사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불필요한 짐을 덜고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후보의 주장과 수수자인 김모 인천계양예비후보자의 진술 및 과학적 증거 등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배포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앞으로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검찰이 CCTV 분석에서 또 다른 봉투 살포 정황을 발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검찰이 민주통합당 중앙위원 명부에 의존하지 않고 CCTV 화면분석을 통해 김씨의 신원을 확인한 만큼 돈 봉투와 초대장 봉투의 크기를 구별하기 힘들만큼 CCTV 해상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 역시 전날 CCTV에서 돈 봉투로 의심할만큼 화질이 좋았냐는 질문에 "우리가 김씨의 신원은 중앙위원 명단없이 CCTV로만 확인한 것이다. CCTV 해상도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라며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검찰은 하루가 지난 2일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은 의심스런 정황들을 토대로 청구한 건데 김씨의 해명, 수수자 진술을 볼 때 더 이상 수사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거에서 금품살포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라면서 "(CCTV 외에)앞으로 다른 것을 고려해봐야겠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