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좌관의 비리 의혹과 '돈봉투' 파문에 잇달아 휩싸였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결국 사퇴했다.
최 위원장은 최측근인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억대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사퇴 여부에 관심을 모아왔다. 여기에 지난 26일 정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지난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벼랑 끝에 몰렸고 결국 물러났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친구로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다. '상왕'으로 통했던 이상득 의원과는 서울대 입학 동기다. 이 의원을 비롯해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등과 핵심 참모 모임인 '6인회' 멤버로 활약했다.
방통위를 지난 2008년 3월부터 4년 가까이 이끌어왔지만 그동안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퇴 요구는 지난해 6월 '종편 특혜 논란'으로 본격화됐다. 종편(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독자영업 보장방침을 밝히면서 언론단체들과 광고주 협회 등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고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언론단체들은 종편은 유료가구에 의무재송신 되는 만큼 종편이 사실상 지상파와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개별광고 영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광고주 협회는 방송광고 판매 대행법안(미디어렙 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종편의 개별 광고 영업을 방치 혹은 허용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날을 세웠다.
이달 초 정 전 보좌역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재점화됐다. 정 전 보좌역은 국회 미디어법 로비 정황 외에도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수억원대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 전 보좌역은 설 연휴를 전후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최 위원장의 사퇴 여부에 촉각이 모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26일 정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지난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미디어법 국회 통과 직후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사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방통위와 최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고 의혹은 눈덩어리처럼 커졌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언론인으로서의 20여년간의 삶, 민자당 비례대표로 시작된 정치인으로서의 10여년간의 활동 또 방통위 위원장으로 군림해온 4년간의 기나긴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최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