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가 2, 3세들이 커피·베이커리 사업에 이어 순대, 떡볶이까지 영역을 넓히자 서민 밥그릇 뺏기라는 여론의 질타가 거센 가운데 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도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사업과 제빵업, 세탁업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과 그 계열사가 소상공인적합업종 관련 사업의 인수나 개시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일부 대기업과 재벌 2, 3세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떡볶이 등 분식사업과 소상공인 업종에 무분별하게 진입하거나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공생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기업들은 오너 2, 3세들을 중심으로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해, 커피·베이커리 뿐만 아니라 순대, 떡볶이까지 진출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LG그룹은 아워홈(순대)과 사보텐(분식) 등을 운영하고 있고, CJ그룹은 푸드빌(비빔밥·카레)을, 대명그룹은 떡볶이 레스토랑 '베거백'을 운영중이다.
특히 재벌가 딸들의 커피·베이커리 사업은 경쟁구도까지 형성되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은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정성이 현대차그룹 전무도 '오젠'이라는 빵집 사업을 하고 있다.
이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운영하던 커피·베이커리사업 '아티제'를 철수키로 결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근 대기업의 소상공인 영역 진출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고, 재계 1위인 삼성가에서 과감한 철수를 결정하면서 다른 대기업들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가진 세미나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풀었더니 대기업이 커피숍이나 입시학원을 경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이 만들어놓은 업종에 대기업이 뛰어들어서 빼앗는 일이 많아졌다"며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3월부터 유통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