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16일 당협 간부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한나라당 원외 당협위원장 안병용(54)씨를 구속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씨에게 적용된 정당법 제50조2항은 후보자, 선거운동관계자, 선거인 등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토록 지시 또는 권유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 아래층에서 서울지역 구 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준 뒤, 이를 다시 서울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각각 50만원씩 전달토록 금품 살포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구 의원들에게 돈 봉투와 함께 서울지역 당협과 당협위원장 목록 등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시 구 의원들은 돈 봉투 전달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씨가 소환조사를 받은 뒤인 지난 12일 돈 봉투 로비대상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전부 파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고의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안씨는 특정 계파(친이계) 성향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문건을 없애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씨를 상대로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한 윗선 관계자들과 자금전달 정황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안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안씨는 실질심사에 앞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당연히 준 적이 있겠느냐"며 윗선의 지시 여부 등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전당대회 문건과 관련해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직은 생명과 같다"며 "공천을 앞두고 친이·친박계 성향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까봐 파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11일과 12일에 이뤄진 2차례 검찰 조사에서도 돈 봉투 전달지시 사실을 부인하고, 당협 간부 명단이 담긴 문건에 대해선 조직관리차원에서 만든 것일 뿐 돈 봉투와는 무관한 것으로 주장하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한나라당 친이계로 분류되는 안씨는 2008년 총선에서 이재오 의원의 바로 옆 지역구인 서울 은평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7·3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수도권지역 원외 위원장 조직을 챙기는 업무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