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쌀 5000t을 보내기로 결정한 가운데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북한이 전쟁 비축미 100만t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국내 쌀 재고량이 150만t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대북 쌀 지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잇달아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북한이 전쟁 비축미로 무려 100만t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좌파 정권 10년간 남북 관계가 다수의 국민정서에 반하는 분위기로 형성됐고, 무분별한 대북지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난 17일 “비축된 북한군의 군량미는 100만t 이상이지만 구체적 규모를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며 “군량미는 북한 전역 곳곳의 저장소에 보관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임 정부가 쌀을 지원하면 북한군이 군량미 중 일부를 주민들에게 방출하고 남측으로부터 지원받은 쌀(일부)을 군량미 비축을 위해 썼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북측에 지원된 쌀 250만t의 일부가 북한의 군량미로 사용됐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18일 “정부와 여권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믿을 수 없다”며 “이 시점에서 이런 발언이 잇달아 나오는 것은 쌀 대량 지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을 경우 대규모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나오는 대북 쌀지원 주장을 막기 위해 ‘전쟁 비축미 100만t’설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지난 17일 “세계식량기구 등을 통해 보더라도 북한이 최악의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인 것”이라며 “여당에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북한이 군량미 100만t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은 지극히 옹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