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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칼럼

【윤형돈 칼럼】 윤형돈의 경영과 인간관계 ⑨ - 도전네트워크의 업무갈등이 만든 픽사의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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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갈등과 관계갈등의 차이

 

2000년에 미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Pixar)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CG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토이스토리’의 성공 이후에도 2개의 작품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성과를 높혔다. 그러나 픽사의 창업자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판을 흔들기 위해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을 영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성과가 저조할 때 아첨과 순응에 맛을 들인 CEO는 과도한 자기 확신에 빠져든다. 그들은 기존의 전략적인 계획을 고수하면서 경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온갖 다양한 직장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결과를 보면 동료들로부터 거친 피드백을 받은 CEO나 직원은 그 동료를 회피하거나 자기 관계망에서 삭제하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CEO나 직원의 성과는 저조해졌다.

 

갈등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호주의 심리학자 카렌 에티 젠(Karen Etty Jehn)은 갈등을 단지 마찰만이 아니라 적대감으로까지 이어지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충돌인 ‘관계갈등’(Relation Conflict)과 생각이나 의견이 다른 ‘업무갈등’(Task Conflict)으로 분류했다.

 

8,000개가 넘는 팀을 대상으로 한 100건이 넘는 연구로 갈등의 유형과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체로 성과가 빈약한 팀들은 시작부터 업무갈등보다 관계갈등으로 개인적인 반목이 심했다. 성과가 높은 팀에서는 관계갈등은 낮았지만, 업무 갈등은 높은 수준이었는데 치열한 토론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갔었고 중간에 논의할 쟁점이 생기면 또 업무갈등은 높아졌다.

 

픽사에 영입된 브래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 팀을 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친화적인 사람은 항상 자기를 지지하는 훌륭하고 꼭 필요한 관계망이지만 자기가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친화적이지 않은 도전네트워크(Challenge Network)를 만든 것이다. 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관행에 의심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더 자주 목소리를 내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극렬한 업무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업무갈등은 지적으로 싸우는 건설적인 토론


브래드가 기획하고 추진한 <인크레더블>시리즈는 사람의 외양을 한 슈퍼 히어로들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당시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역량으로는 힘들었기 때문에 기술팀들은 선뜻 달려들 수가 없었다. 브래드는 업무갈등을 강화하고 제작 과정을 다시 보기 위해 불만이 많은 사람을 모아 ‘해적단’을 만들었다.

 

브래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들을 원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해서 애를 먹거든요. 경주용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해야지 차고 안에서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냥 차고 문만 열어주면 그 사람들은 어디가 되었던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브래드 자신도 해적이 되어 제작자인 존 워커(John Walker)와 영화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를 두고 전설적인 논쟁을 했다. 서로 다른 견해를 놓고 끝장토론을 해서 결론을 내는 데는 단점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하면 업무갈등이 관계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크레더블>의 신예 스타 니콜 그랜들은 브래드와 존과 엄청난 양의 논쟁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열띤 토론이라는 업무갈등의 좋은 싸움이 빚어내는 긴장과 열기가 감정적인 차원이 아니라 지적인 차원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고 했다. 업무갈등이 전투적이거나 공격적이지도 않고 의견 불일치 그 자체를 위해서 다른 의견을 내놓지도 않았다.


니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견 불일치가 소란스럽게 이루어지든 정숙하게 이루어지든 기존의 관점과 다른 의견을 끈질기게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탁월함을 위해서. 즉 훌륭한 영화를 만든다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 모였으니까요”

 

이런 싸움 덕분에 4년 뒤에 <인크레더블>은 픽사 역사상 가장 복잡한 영화를 개봉하는 데 성공했으며 1분당 제작비를 한껏 낮추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전 세계에서 6억 5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으며 오스카상 장편 영화상을 받았다. 브래드는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제작자 존은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의 친화적인 관계망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어서 식당에서 종업원이 엉뚱한 음식을 가져와도 아무 말 없이 그냥 먹는 사람이었지만,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더 중요한 어떤 문제와 관련될 때는 내 목소리를 분명하고도 크게 내어야 합니다. 이것을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밤을 꼬박 새우면서까지 싸우죠.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새벽 5시라도 맥주 한잔하러 나갑니다” 라고 했다.

 

성공과 행복을 위한 인간관계망은 항상 따뜻한 위로와 격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친화적 관계망과 나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전네트워크의 두 축이 필요하다. 특히, 업무갈등이 관계갈등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취약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정교류가 가능해야 신뢰 기반 위에서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

 

윤형돈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형돈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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