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한국은행이 오늘(23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췄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의 동결 결정은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가 갈수록 나빠지자 이를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민간소비까지 얼어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이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나 경기 타격 정도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한 뒤 총 7차례 연속(지난해 4~11월, 올해 1월)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이번 동결로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일단 멈췄고,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 올해 1월)로 끝났다.
다만 이날 동결로 이번 금리 상승기가 최종 3.50% 수준에서 완전히 끝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번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4.5~4.75%로 정한 이후 한·미 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다.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져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길어져 다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와 달리 뚜렷하게 둔화하지 않을 경우,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