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검찰이 이병기(75)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이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 조사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이중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 9명에 대한 36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현정택(73)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현기환(62) 전 정무수석, 안종범(62) 전 경제수석에게는 각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에는 징역 2년을, 정진철 전 인사수석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에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변론을 분리해 28일 결심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전 실장 측은 검찰이 같은 공소사실을 두고 이중기소를 자행했다며 공소권 남용이라 반박했다.
이 전 실장은 이보다 앞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특조위 활동방해 계획 혐의로 기소됐는데, 2020년 12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실장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이미 대법원에 가 있는 사건을 제외하면 본건 공소장 증거기록에 남는 것은 전혀 없다"며 "동일한 수사에서 별건으로 기소하는 것이 문명국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공소기각과 함께 무죄 판결을 요청했다.
또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해야한다"며 "공소사실 중 피해결과로 적시한 공무원 미파견, 특조위 부위원장 사퇴 등과 관련해 피고인은 구체적인 행위를 하라 지시한 일이 없고, 피고인의 직무권한에 속하지도 않는다"며 범죄혐의 성립 자체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실장 등은 지난 2015년 11월 특조위의 청와대 행적조사 안건 의결에 대한 대응 조치로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을 중단시키고,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는 등 조사 방해를 실행한 혐의로 2020년 5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막으려 총리 재가를 앞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하고,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2명 전원을 미파견하는 등 10개 부처 공무원 17명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공무원 복귀 및 예산 미집행 등으로 활동을 강제종료시켜 특조위 조사권 등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당시 여당 추천 위원이었던 이헌 전 특조위 부위원장 사퇴 추진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청와대 해수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이 부위원장의 직권면직 방안을 검토하게 하고 보상을 제시하는 등 '부위원장 교체방안' 추진 및 문건을 작성·보고하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현기환 전 수석이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를 제안하고, 2016년 이 부위원장이 사직한 뒤 그 자리에 취임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