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과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결정에서 촉발된 검찰의 불만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광우병 위험성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갈등 양상을 빚어오던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문성관 판사)은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능희 책임프로듀서와 김보슬 PD, 김모 작가 등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다우너 소(앉은뱅이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는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검찰은 “이미 진행된 민사재판의 경우 고법에서도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상태에서 (1심 형사재판은)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면서 “즉시 항소해서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또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게 법정에서 나타난 증거자료를 봐도 명백히 인정되고, 일부 사실은 피고인들과 증인들도 시인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이 전부 사실로 인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점검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는데, 검찰은 이 방송이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작년 6월에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앞서 법원은 검찰이 비공개를 주장하던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공개했고, 이에 검찰은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재판기피신청을 했다. 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국회의장실에서 소란을 피운 것과 관련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 등에 대한 공방과 함께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PD수첩 판결을 기점으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격화되는 등 정치·사회적인 논란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PD수첩’ 무죄 판결. 여야 반응 엇갈려
한편 여야는 이날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두고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PD수첩 무죄 판결은) 국민의 건강한 상식을 부인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에 도전하는 판결”이라며 “국민의 사법부가 돼야 할 법원이 특정 배경과 성향, 이념에 치우쳐 변질돼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또 “이런 사태를 방관한 법원 수장은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이를 시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호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줘 문제의 진원지가 자신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확인해 주고 있다”고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는 이어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의도적인 사실 왜곡과 허위 선동이었다는 것은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이고, 국민의 상식”이라며 법원의 자정과 개혁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판결”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은 이 판결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야할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우 대변인은 “이 사건은 정부가 방송의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법적 분쟁으로 끌고간 명백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판결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봉쇄하려는 것이 잘못됐다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면서 “이 문제를 법적으로 끌고간 당사자들은 사과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사실에 기초해 상식과 법리에 따라 내린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또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처벌받는다면 언론의 정부권력 감시기능과 민주주의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도 정부 여당이 벌이는 정치공세의 행동대장이 돼 공소권을 남용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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