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미국이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대출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여신금리는 상단이 7%를 넘어 8%를 향해가고 있다.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금리차)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9~10%대에 다다를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9월에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2%에 달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4회 연속 강행한 것이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본격적인 4%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 기준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은행도 미국의 보폭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돼 올해 연말을 넘어 내년에도 차주들의 이자 상환액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후 "금리인상 중단은 시기상조"라며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미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정점이 5%를 넘어 6%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HN파이낸셜 전략가들은 연준이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6%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인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현재 3%에서 3.25%나 3.5%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연준의 인상폭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 4%대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금리 5% 때 매월 104만원의 이자가 붙어 매달 내는 돈은 215만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8%로 3%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182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게 되면서 매달 원리금 상환액은 294만원 규모로 불어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후로 최대 1.5%포인트 수준이었다"며 "연준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내년에 5~6%까지 오른다면, 한은도 4% 이상으로는 맞추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