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한은이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할 때 담보로 받는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매입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한은은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채와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 채권을 한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내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이다. 복수금리 경쟁입찰로, 매입 만기는 91일물 이내다. 매입 시기는 단기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필요시 실시하기로 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이다. 현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각종 한은 대출과 관련된 담보증권에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은행채와 한전채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했다.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이 계속 이어질 경우 회사채, 여전채 등 여타 신용채권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驅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될 경우 보유 중인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번에 추가된 공공기관 채권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9개 공사·공단이 들어간다.
한은은 이를 통해 국내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고유동성 자산 확보 가능 규모가 최대 29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26일 1.307%포인트 벌어졌다.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시장에서 요구한무제한 RP매입, 긴급대출 성격의 금융안정특별제도, 저신용등급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이 한은 총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SPV는 추후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증권사 중심으로 기업어음(CP) 시장이 어렵지만 은행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그 단계까지 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