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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세계 화단 파워맨들 매료시킨 아웃사이더 이승택의 ‘묶기’ 연작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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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7월3일까지 <(언)바운드 (Un)Bound>전 
이승택, 비(非)조각 지향한 한국실험미술 선구자 
대상을 새로운 유기체로 만든 ‘묶기’ 어법 선보여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 “현대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
아웃사이더에서 세계의 관심받는 작가로 부상한 이승택(90)의 주요 조형어법 ‘묶기’에 주목한 개인전이 열려 눈길을 모은다. 갤러리현대가 7월3일까지 여는 이승택의 네번째 개인전 <(언)바운드 (Un)Bound>이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 방대한 이승택 예술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했다면, 이번 전시는 이승택의 주요 조형어법인 ‘묶기(bind)’를 변주한 연작을 집약해 보여준다.  ‘묶기(bind)’ 연작, 묶인 흔적을 간직한 작품들, 묶기 개념에서 자유로워진(unbound) 캔버스 작품에 집중해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를 통해 1960-70년대 시대 상황 속에서 미술로 세상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사고하고, 거꾸로 살아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고자 했던 이승택 작가의 야심찬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이승택의 비조각론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식민통치 이데올로기로 만든 ‘기존 질서와 고정 관념에 대한 거부’ 행위로도 의미를 둘수 있다. 한국미술사연구에서도 이승택의 비조각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식민통치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해 만든 미술 제도, 장르 구분에 대한 거부이자 비판의식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평단 연구도 있다.

 

 

돌과 옹기, 캔버스에 생명주는 신선한 ‘묶기’ 작품들

 

지하 전시장부터 가보자. 분명 돌멩이와 도자기, 옹기, 캔버스 등의 일상 오브제인데, 작가가 홈을 파서 노끈을 묶어놓은 작품은 새로운 생명체로 다가온다. 희안하게도 묶인 돌멩이는 딱딱함 대신 부드러움을, 묶인 도자기는 여기저기 올록볼록한 새로운 생명체로 다가온다. ‘묶기’ 하나만으로 재료의 본래 성질과 상관없이 물렁물렁해 보이는 작업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비조각’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 ‘고드랫돌’(1957/1960년대)과 ‘묶기’ 어법이 적용된 대형 스케일의 작업 ‘오지’ 등이 여기 있다.  ‘오지’는 장독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옹기 공방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눌리거나 묶인 흔적을 남기면서 다양한 방식의 변형을 주어 작품을 완성했다.  

 

 

1층 전시장은 묶음 연작의 핵심 재료인 노끈을 활용한 ‘종이 판화’ ‘매어진 백자’ ‘매어진 캔버스’, ‘노끈 캔버스(Rope painting)’ 시리즈의 대표작들로 구성되었다. ‘종이 판화’ 시리즈는 1970년대 중반부터 대

중적으로 인기였던 국제판화비엔날레에 출품하고 싶었던 작가가 판화 양식을 따라 제작한 뒤 노끈을 활용한 독특한 판화이다. 1980년대 초까지 제작된 후 남아 있는 10개 중 6개가 이곳에 걸렸다. 

 

‘노끈 캔버스’ 시리즈는 1972년 독일문화원이 주최한 <현대조각초대전>을 통해 세상에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이승택은 ‘노끈’으로 기하학적 패턴을 시도하면서 입체 추상을 만들어냈다. 

 

 

2층 전시장에서는 고서와 돌, 도자기를 오가는 ‘묶음’ 시리즈의 끝없는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매어진 캔버스’는 머리카락 등 다른 재료에 매인 캔버스 작업으로 이어진다. 그중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작가의 개성을 볼 수 있다.  

 

이단아에서 세계 화단의 유명 작가로

 

이승택은 국내 화단에서 반항적 ‘이단아’로 불렸다. 지난 50여년간 국내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함경남도 고원 출신으로 6·25전쟁때 단신 월남, 타향에서 외롭게 살며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홍익대로 나뉜 파벌싸움에 스스로 ‘이단아’이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그리고 고집스런 반항아처럼 고독과 외로움을 창작의 불쏘시개 삼아 시대정신을 연구하며 내면의 창작욕구를 독자적인 조형어법으로 자유분방하게 발산하며 작가활동을 해나갔다.     

 


1960년대 제도 미술이 요구하던 조각 개념에서 재료로 보지 않던 전통 옹기, 산업화의 새로운 자료인 유리, 비닐, 연탄, 양철, 시멘트, 노끈 등으로 기성 조각의 문법을 탈피하기 시작했다. 
실험과 도전을 지향하며 바람 물 불 연기 등 비물질은 물론, 탈관념, 반예술, 비정상, 비지성, 엽기, 불쾌함, 추함, 성적 도발, 무속 등도 작품에 끌어들였다. 

 

후배들에게 “작가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품이 항상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역행해 거꾸로 보면 저절로 예술이 보이고 생각난다. 작가가 히트 상품을 베끼기만 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죽은 작가다”라고 말해왔다.

 

70대 후반에야 국내외 화단서 재평가 받아


그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77세인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 선정 자체도 당시 대단한 뉴스로 회자될 정도였다. 고정적인 개념과 관념을 비틀고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온 그의 실험과 도전 정신이 백남준의 예술 정신과 맥이 닿았던 셈이다. 


한국 화단의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세월이 흐른 지금 보니 누구보다 앞서게 된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이후 주위의 냉대를 받던 이 아웃사이더의 비조각(非調刻)은 갑자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전시 참여 제안도 폭증했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2010),  <프라하 비엔날레 6>(2013), 일본·한국일본·싱가포르 순회전 <아르테비다>(2014), <Postwar: Art Between the Pacific and the Atlantic,1945-1965>(2016),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2019), <이승택-거꾸로 비미술>(2020) 등에 초대되었다. 

 

그의 작품은 시드니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아부다비, 홍콩 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내년 국현+구겐하임M과 LA 카운티 미술관 순회전에도 참가 예정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승택 회고전을 위해 인터뷰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에는 이승택에게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라 평했다. 또  9월까지 전시중인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의 기획전에 이승택 작품을 초대한 토비아스 버거 큐레이터는 "이승택은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도록에 평문을 쓴 조수진 평론가는 “1950~60년대 많은 작가들이 서구 사조를 좇아 앵포르멜을 추종할 때도 이승택은 고드랫돌와 노끈 묶기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각 기법을 창안했다. 마치 피카소가 원시미술을 발견했듯이 이승택은 국제적이면서도 한국적이며 민속적, 민중적인 기법을 창안했다”고 평했다.

 

또 김영순 평론가(전 부산시립현대미술관장)는 “이승택의 비조각론은 미술에서의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의 제기이며 예술적 실천이다”면서 “그의 민속문화 또는 그의 창조적 상상력의 저류에 흐르는 스키토시베리아문화권의 문맥의 의미는 단순한 탈식민주의 의식의 개화가 아니라 모더니즘 이후 오늘의 문화가 다원주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승택의 작품세계의 생명성이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한편 미술사학자 조앤 기(Joan Kee)는 2013년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rchives of Asian Art) 저널에서 "‘설치미술’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대부분의 조각 작품이 좌대에 놓이는 방식으로 전시되던 1960년대에 이승택은 남다른 스케일의 작품을 바닥에 놓거나 벽과 천장에 매다는 형식을 택한 점에서 '한국 설치미술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택은 현재 홍콩 M+ 미술관 개관전 <The Dream of the Museum>에도 주요작이 전시중이며,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LA의 카운티 미술관에 순회할 <한국 아방가르드 : 실험 미술 1960 – 1970> 전시에 주요 작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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