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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조각가 심문섭, 가나아트센터서 통영 바다 품은 단색화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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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까지 가나아트에서 <물物에서 물水로>전
블루계열 단색화 41점, 테라코타 17점 선보여
“조각·회화 영역 구분 무의미. 함께 가는 세계”
직장인 컬렉터들에게 명상과 치유 안겨줘 인기

 

통영의 푸른 바다와 바람은 많은 예술가를 낳았다.

조각가 심문섭(1943~ )도 통영이 낳은 작가이다. 파리,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미술계에 한국 대표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며 제자를 키워냈던 그가 서울을 떠나 고향을 찾은지 15년.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두고 코로나19 속에서 작품에만 매달렸다.

 

통영의 바다내음, 그 속삭임,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파도는 이제 그에게 스며들고 작품의 생명이 되었다.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전혁림 등이 통영에서 자양분을 섭취해 명작들을 내놓았듯 심문섭 역시 통영이란 자궁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잉태했다. 그리고 이제 그 생명체를 내어놓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0일 오픈, 6월 6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물物에서 물水로>전에 평면회화 41점과 조각 17점을 선보인 것. 전시명은 ‘조각으로부터 회화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다내음 물씬한 단색화 계열의 푸른 빛 신작 회화와 테라코타들을 만날 수 있다. 물(物)은 오브제 즉 조각을 의미하고, 물[水]은 바다의 개념과 함께 수성 물감인 아크릴로 그린 회화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견지해온 심문섭의 예술 여정을 돌아보고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온 그의 조형 언어를 탐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내 톱 갤러리에서 심문섭의 회화를 대규모로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작가가 평면 회화 작품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그에게 회화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자신 내면의 이미지, 경험, 기억을 바탕으로 어떤 질문을 찾고 회답하는 일련의 과정이에요. 페인팅을 하는 것은 제게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죠.”

 

작가는 국내 미술계에서는 미술 장르에서 조각, 회화의 영역을 가르고 구분하는데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마치 다이얼을 7에서 9로 마음대로 돌리는 것과 같은 거에요. 조각과 페인팅은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에요. 서로 보완하는 거죠. 물고 물리며 같이 작동하는 세계일 뿐이에요.”

 

작가는 시간상 발표를 늦게 했을 뿐 조각이나 회화나 자연스럽게 스스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 말한다.

 

 

통영 바다가 심문섭 창작의 자양분

 

작가에게 성장 환경과 추억은 주요하다. 작품의 씨줄 날줄이 된다. 심문섭에게도 마찬가지. 통영에서의 유년기의 체험, 푸른 하늘, 그 하늘을 닮은 바다의 이미지는 작품에 이입되어 있다. 미니멀 아트 계열인 그의 그림 속에는 통영 바다의 다채로운 표정,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등이 느껴진다. 시원한 한여름 바다, 추운 겨울 바다, 그속의 다양한 어종도 연상이 된다.

 

“어린 시절 저는 매일 통영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바다는 그 표정이 천태만상이죠. 제게 바다는 세상의 전부였죠. 통영이 고향인 덕에 저는 작가가 되어 세계속으로 날아갈수 있었어요.”

 

최근 미술시장이 최고 핫한 가운데 심문섭의 회화도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직장인 컬렉터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작품이 ‘멍때리기 좋은 작품’으로 추천받기도 했다.

 

 

“제자에게 들었어요. ‘멍때리기 좋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죠. 그저 감사해요. 사람들이 편하고 친숙하게 제 작품을 보고 감상한다는 걸 듣고 잔잔한 감동이 일더군요.”

 

‘멍때리기 좋은 작품’이란 그림과의 대화를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관람자에 따라 작품 세계에 몰입해 자신을 그 속에 던져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그리고자 한 바다와 하늘, 푸르름과 생명 등을 작품 속에서 연상하며 명상하고 힐링할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작품 감상인 셈이다.

 

파도처럼 붓질하며 바다와 하늘, 생명 담아

 

작가는 흰색의 캔버스에 유성 물감으로 짙은 푸른색을 먼저 칠하곤 한다. 바탕색이라 볼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수성 물감인 아크릴로 색을 올릴 때 처음 색이 살아 오르고 숨을 쉴수 있도록 올린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그 색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감을 이루도록 한다. 붓질로 표현되는 그 과정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나가며 서로 대화 하듯이. 한참 그런 상호작용에 빠지다보면 작품은 끝이난다.

 

고향 바다를 차경해 파도의 쉼 없는 반복이 만들어내는 무한의 질서, 그 리듬과 운동성, 그리고 거대한 에너지를 화폭에 담는다. 이렇게 심문섭은 조각가로서 추구해온 물성의 순환, 시간성을 바다를 통해 가시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그의 회화는 조각의 연장이며, 사각 틀 안에 갇힌 사물이 아니라 파도와 같이 무한한 운동성과 가성을 가진 공간인 셈이다.

 

심문섭은 “나는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생동감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의미의 흐름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조각가 길 터준 테라코타 작품도 전시

 

그는 일찍 드로잉을 시작했다. 유년시절 매일 아버지를 졸라 갱지를 사서 그림을 그렸다. 그가 다닌 충렬국민학교의 교가는 유치환이 작사, 윤이상이 작곡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심문섭이 통영중에 입학한 후에는 한국화가 이석우(1928~1987)가 미술교사였다. 중학교 3학년때는 부산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서양화가 김종근(1933~2012)이 부임해 심문섭이 통영고에 진학한 후까지 사제지간의 연을 이어갔다. 고교 졸업 후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이번에 전시된 테라코타는 작가가 활동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다루어 온 작업들이다. 심문섭 작품 세계의 깊이를 조망하도록 이끄는 테라코타 작업는 푸른빛 회화들과 함께 마치 땅과 바다, 하늘의 조화를 보는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테라코타는 심문섭에게 조각가로서의 시작을 열어주었다. 그뿐 아니라 젊은 시절 국전 특선 수상의 영예도 안겨주었다. 학사장교로 군대에 있을 때 마침 부대 뒤에 옹기 공장이 있어 쉬는 날이면 틈틈이 테라코타 작업을 했는데 그 작품 덕에 국전 특선을 받았다.

 

테라코타를 시작으로 그는 흙과 같은 자연물을 통해 물성을 탐구하는 정신을 작업의 축으로 삼았다. 결국 이런 예술철학은 지금의 회화 세계에 이르게 했다.

 

한국조각계 지평 드높인 세계화 주인공

 

실험적인 작업을 즐겼던 그는 1968년에 이어 1969년, 1970년에도 국전에서 수상했다. 조각 자체보다는 조각이 되어가는 배경과 존재의 이유를 찾으며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난 ‘반조각의 조각’을 추구했다. 철, 아크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작업으로 한국 조각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1970년 한국 대표적인 전위적 미술 그룹 AG(아방가르드 협회)에 참여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1971, 1973, 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에 선발되었다.

 

또 한국 조각의 세계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1981년 일본 하코네의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파리, 상파울루, 시드니, 도쿄, 베니스 등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 참가해 한국 현대조각했다. 다니엘 뷔랑, 니키 드 생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던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 초대된 최초의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0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을 받는 등 해외 각국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물성·시간성에 천착한 모더니즘 조각 대표 작가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선두로 불리는 심문섭은 줄곧 ‘물성’과 ‘시간성’에 천착했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재료 본연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돌이 흙이 되고, 다시 흙이 철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해 물질 간의 순환을 나타내 왔다.

 

테라코타 작업에서는 점토가 채 마르기 전에 끊어지거나 부러진 형태감이 제시되거나 혹은 길게 늘어지고 휘는 부드럽고 탄력적인 형태감이 나타난다.

 

심문섭은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물질이 서로 만나서 얽히는 사이에 생기는 시적인 양상”이라고 말한다. ‘만남’, ‘얽힘’이라는 그의 표현에는 물질, 그 중에서도 자연과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을 추구하는 바람이 녹아있다. 마치 장난치듯 속삭이듯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바다와 교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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