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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반년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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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저녁 8시 영안실 앞에 선 전경들에게 '저기 안에 아버지가 있다, 한번만 보여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그랬습니다. '아버지 시신 돌려 달라'고….” 지난 7월 20일 저녁 용산에서 열린 참사 반년 추모대회에서 고 이상림씨의 딸 연선씨가 말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가겠다'는 결심을 내비쳤다. 6개월 전 처참하게 숨진 철거민 다섯분의 시신을 메고 서울광장으로 영안실과 분향소를 옮긴 다음 청와대까지 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용산범대위는 시신을 인도받지 못했고, 빈 관이라도 들고 가겠다는 행진대열도 경찰에 막혀 장례식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시도가 있어서인지 언론의 주목을 반짝 끌 수 있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장례조차 지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반문한다. 사람이 여섯이나 죽은 대형참사가 눈발이 날리던 겨울을 지나 한여름이 되기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가족이 상복을 벗지 못한 채 장례식장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게 납득될 수 있겠는가. 용산참사의 해결은 아마도 이런 상식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식과 너무도 엇나가는 정부와 집권당은 용산에서 잔인하게 휘두른 손으로 미디어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재개발 바람 부는 곳에 망루가 서는 까닭
그들은 강변한다. 철거민들이 불법행위를 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그리고 재개발조합과 철거민 사이, 즉 사인(私人) 간에 일어난 분쟁이므로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모르쇠로 6개월을 일관해왔다.
철거민들이 불법행위를 한 것은 맞다. 남의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 화염병을 던지면서 농성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재개발지역에서 세입자는 무권리 상태로 쫓겨난다. 상가세입자의 경우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자기 재산을 다 쏟아부어서 권리금을 내고 인테리어도 한다. 그런데 3개월치(용산사건 이후 4개월로 늘었다) 영업손실 보상금만 받고 나가란다. 그래서 맨손으로 나갈 수 없는 억울한 세입자는 조합(사실은 건설자본이 뒤에 있다)과 마찰을 빚는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철거용역을 동원해 공포를 조장하고 폭력을 휘둘러 강제로 내쫓는 것이다.
이때 공권력은 이미 철거용역업체와 조합 편이다. 덩치가 산만한 용역깡패에게 칠순 노인이 멱살을 잡히고 뺨을 맞아도, 연행되고 구속되는 쪽은 오히려 철거민이다. 그러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치고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다. 이처럼 재개발현장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마지막 방어수단으로 망루를 짓고 오른다. 그런 망루에서 몇달에서 일년 가까이 버티면서 생존권을 외쳐온 게 지금까지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이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이들의 절박한 상황은 외면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무리한 작전 끝에 비극을 불러왔다. 그 뒤에도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병원에 실려간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안절부절하는 가족들을 경찰서에 잡아놓은 사이에 시신을 강제로 부검하고, 뒤늦게 영안실로 달려온 가족들이 몇시간 항의한 끝에야 신원을 확인해주었다. 불에 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앞에서 가족들은 오열하다 실신했다. 내 남편이고, 내 아버지인데,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악만 받쳤다.
미공개 수사기록, 무슨 내용이 있기에
정당한 공무집행에 의한 진압이라면서도 검찰 수사는 왜곡과 편파, 은폐로 일관하며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러고도 경찰지휘부의 진술, 검찰수사 발표에 반하는 특공대원과 철거용역 직원의 진술, 철거용역업체가 경찰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이 포함된 기록들을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아 재판은 파행에 이르고 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었고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한 수사였다면 왜 내놓지 않을까? 3천쪽의 미제출 수사기록이 모두 공개되어 정부 책임이 드러난다면 도덕적·정치적 타격을 입을까 두려워서인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검찰이 수사기록을 감추는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용산범대위는 지난 4월 대정부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 대통령이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 ▲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것 △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에게 배상·보상할 것 ▲ 용산4구역에서 세입자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임대상가와 임시상가 등 생계대책을 마련할 것 ▲ 전철연과 용산범대위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구속자를 석방할 것 등이다. 그리고 이 요구는 장례의 선결조건이 아니며, 정부가 대화에 나서면 신축적으로 논의할 수 있음을 여러번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고립·고사작전과 공안탄압으로 일관한다. 곧 지쳐떨어진다는 계산 위에 추모제조차 집시법과 공권력으로 막으면서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도록 철저하게 차단한다.
용산참사 해결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금석
용산참사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국민을 사지로 내몬 사건이다. 건설자본의 (세입자) '약탈 씨스템'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언제고 뉴타운·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부자만을 위한 재개발과 국가폭력의 결합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할 때다.
오늘도 용산에는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참사의 현장은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을 매우 불편하게 웅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한다면 이곳을 비켜갈 수 없다. 검찰이 감추고 있는 수사기록을 공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통해 경찰 강제진압의 책임을 가리고, 폭력적 재개발에 의해서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가 더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의 허약한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일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같이한다면, 이런 짐을 유가족과 나누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연대'이리라. 정부가 노리듯이 용산참사가 망각에 덮이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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