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3 (수)

  • 맑음동두천 -7.0℃
  • 맑음강릉 0.1℃
  • 맑음서울 -5.0℃
  • 흐림대전 -0.6℃
  • 구름많음대구 1.9℃
  • 구름많음울산 3.2℃
  • 흐림광주 2.3℃
  • 구름많음부산 4.7℃
  • 흐림고창 1.3℃
  • 흐림제주 7.2℃
  • 맑음강화 -5.7℃
  • 구름많음보은 -1.8℃
  • 구름많음금산 -0.5℃
  • 흐림강진군 3.2℃
  • 흐림경주시 2.6℃
  • 구름많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1) - 공작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홍천 공작산이다. 공작산은 잘 알려져 있진 않으나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그 유명한 수타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공작산 끝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수타사는 신라 33대 성덕왕 7년(서기 708년)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비로지나 불을 모신 대적광전의 팔작지붕과 1670년 만든 동종, 그리고 고려 후기에 세워진 3층 석탑이 보존되어 있어,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한 대적광전, 범종, 후불탱화, 홍우당 부도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영서내륙 최고의 고찰이다.


동해안을 여행하다 돌아오는 길에 몇 번 들른 홍천의 수타사를 가보면 맑은 계곡물이 좋아 그 계곡의 발원지라는 공작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여행의 귀갓길에 공작산 등반은 언제나 무리였다. 그러다가 올해 홍천에 농막을 가진 친구가 옥수수를 심는다고 해서 4월 말에 가서 심은 옥수수가 벌써 수확할 때가 됐다고 오라 한다. 

 


친구들과 농막에서의 하룻밤도 지낼 겸, 토요일 새벽 일찍 집사람과 공작산으로 출발한다. 수타사를 찾아오다가 홍천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 논 ‘공작현’ 주차장을 찾았으나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작동을 안 한다.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공작산 등산로를 검색하여 도착한 곳은 공작산 입구의 저수지가 바라보이는 물빛 공원 주차장이다.


이른 아침의 주차장은 어제 야영한 듯한 차가 2, 3대 있을 뿐 조용하다. 주차장에 있는 등산 안내도를 참조하여 ‘공작룡’ 코스로 길을 잡고 입구를 찾으나 못 찾겠다. 주위의 캠핑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펜션 옆으로 공작산 등산로가 있다 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오르는 길은 계곡 길이라 조용하고 시원하다. 더욱이 10여 미터가 넘는 빽빽한 소나무 숲의 아침의 청량한 공기가 산행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경사가 심해진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듯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숲은 깊고 단조롭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번갈아 나온다, 우람한 참나무들은 수피(樹皮)가 두툼한 걸 보니 굴참나무인 듯하고 강원도의 굴피나무로 만든 너와 집이 떠오르며 강원도의 참나무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참나무를 보니 참나무 6형제 나무(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상수리)중에 사람의 이름에도 돌림자가 있듯이, 참나무도 돌림자가 있는데 상수리만 돌림자가 없는 유래를 생각하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는 상수리 열매를 ‘토리’라 불렸다 한다.


임진왜란 시절,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떠나 먹을 것이 부족해서 토리 참나무의 열매로 묵을 만들어 올렸더니 맛있게 드셨다더라. 한양으로 환궁을 한 후, 피난 때 맛있게 드시던 동해안의 ‘묵’이라는 생선은 다시 먹어보니 맛이 없어 “도루 묵이라 하라”고 해서 ‘도루묵’의 이름이 생겼다는데, 토리로 만든 묵도 ‘도로 토리’가 변해 ‘도토리’가 되었는가 했더니, 그 후에도 계속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 ‘항상 수라’에 오른다 하여 그 이름이 ‘상수라’로 되었다가 상수리로 변했다 한다.

 

참나무 6형제의 열매는 다 같이 ‘도토리’로 불리나,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꽃이 피고 2년 만에 도토리가 열리고 나머지는 봄에 피어 그해 가을에 열린다.


무더운 날씨에 계속 힘겹게 오르다 보니 정상 1.2㎞의 팻말이 나오고부터는 암릉 구간으로 밧줄도 잡으며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넘어 어렵게 정상에 오른다. 오른 정상은 의외로 소박했다.

 

 

구 정상의 표지판은 글씨가 거의 지워져 읽을 수 없으나 조금 아래에 새 정상 석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수타사 계곡으로 초록의 풍광이 아름답다. 산세의 아름답기가 공작새와 같다 하여 공작산으로 불리는 듯하다.


정상에서의 짧은 휴식 후, 더운 날씨에 서둘러 돌아 나오다가 숲속 갈림길에서 올라온 길이 아닌 팻말의 짧은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한참을 올랐으니 내리막인 줄 알았는데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오르막 봉우리가 나오며 숲이 길게 이어진다. 호젓한 숲길에 바라다보이는 그 많은 나무도 같은 나무가 하나도 없다. 


천수천형(千樹千形).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습은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결과로 보이고. 그 많은 세월 수 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을 산 결과로 자신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려오는 길옆에 속이 텅 빈 고목도 서 있다. 그 많은 오늘을 살다가, 죽어서는 세월이 만들어 낸 공간도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어내는 고목을 보니 사람도 늙어가면서는 내어주는 삶을 사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드디어 아스팔트 길이 언뜻 보이고 차길 옆으로 주차장이 보인다. 공작현 주차장이다. 군청에서 나온 듯한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 차는 이 도로 1.5㎞ 정도 아래의 공작산 입구 주차장에 있단다. 


뙤약볕 아래 혼자 차를 가지러 차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등산객 4인이 도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군청 사람이 “내려가는 게 오르는 것 보다는 낫다”더니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 모습에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겨우 찾아온 친구의 수타사 근처의 농장에는 옥수수가 훌쩍 자랐다. 간식으로 쪄 준 옥수수도 달고 맛있다. 옥수수를 바라보며 봄에 묘목을 심던 때가 생각나고 잘 자라준 옥수수도 고맙다. 훌쩍 큰 옥수수를 바라보니 책에서 읽은 옥수수의 투쟁기(식물은 똑똑하다-폴커 아르츠트 著)가 생각난다. 

 


미국이나 유럽의 옥수수는 딱정벌레의 애벌레인 ‘옥수수뿌리잎벌레’가 땅속에서 옥수수의 뿌리를 다 갉아 먹고 구멍을 내면 손 쓸 방법이 없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똑똑한 옥수수도 그냥 당하지만 않고 베타 카리오필렌이라는 방향 성분을 방출해 땅속의 예쁜꼬마선충을 불러 애벌레를 박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옥수수는 소출을 많이 내는 품종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방향 성분을 만드는 기능을 차단했기에 벙어리 옥수수가 되었단다. 이제 옥수수는 모든 미네랄과 양분을 오로지 알곡 생산에만 투입한다. 그래서 요즘 옥수수는 파종으로는 싹을 틔우기가 어려워 모종을 사서 심어야 한단다. 


식물은 애벌레에게 이파리를 물어뜯기면 독소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방향 물질을 분사해 애벌레의 천적을 불러들여 애벌레를 퇴치하기도 하며 옥수수처럼 뿌리에서는 꼬마선충을 부르기도 하며 천적과 대응한다. 그래서 식물학자 이언 보르윈은 “문제는 식물이 똑똑하냐 그렇지않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식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냐 그렇지 않냐다”라고까지 말한다.


날이 너무 더워 홍천 개울가에서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개복숭아 따기도 하고 양고기 바비큐로 저녁도 즐기며 하루를 농막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옥수수는 다음날 새벽에 수확하여 한 자루 가득 차에 실어왔다. 하루 자연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홍천의 농장주 친구에게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용혜인·한창민 등,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제한 개정안 폐기 촉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비례대표, 정무위원회, 초선) 등이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 이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용혜인 의원과 한창민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은 2일 국회에서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의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집회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과 한창민 의원 등은 “이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된다”며 “이는 누구나 평화적 집회를 개최할 수 있고 집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정신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집시법 개정안대로라면 지난해 계엄과 내란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 모두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1950~1980년대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시대의 서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소설 ‘옹달샘’을 펴냈다. ‘옹달샘’은 전쟁 이후의 혼란과 가난 속에서도 굳건하게 이어져온 농촌 공동체의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정겹고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1950~1980년대라는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옹달샘’은 한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편 서사다.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에 자리한 ‘옹달샘’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흐르는 생명력과 공동체의 기억을 품은 상징으로 등장한다. 샘가에서 오가던 소문, 사랑, 갈등, 화해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비추며 독자로 하여금 그 시절의 공기를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김종섭 작가는 농촌의 사투리와 토속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을의 생동감을 살렸다. 이는 단순한 배경 묘사를 넘어 인물들의 감정과 삶의 결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독자들은 마치 그 시대에 존재했던 한 마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잊혀 가는 옛 시골의 풍경이 작품 안에서 다시 숨을 불어넣듯 되살아난다. 이러한 묘사는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점 희미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