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대양 너머 남아메리카와 동아프리카에서 만난 인류 원초의 모습들을 시와 사진으로 담아낸 포토시집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부경대학교 류홍수 명예교수(71‧식품영양학과)가 최근 발간한 '쿠스코의 밤'(하늘책刊, 240쪽)이 그것이다.
이 책은 류 교수가 지난 2016년과 2017년 남아메리카와 동아프리카를 여행하며 현지에서 길어 올린 60편의 시를 안데스의 노래, 아프리카 동쪽, 남쪽 사람들 등 3부에 걸쳐 담고 있다.
37년간 교육자로 재직하며 한국식품영양과학회장을 역임한 류 교수는 책머리에서 “이 글모음과 사진들이 세상은 붙들고 지켜야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소식이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이 같은 바람을 ‘지나온 길섶 지붕 없는 망루 밑에서도 / 쉴 수 없는 뭇 영혼들의 그림자가 낯설지 않은 것은 / 사람은 떠나도 길은 남아 / 사랑의 이유(理由)가 됐기 때문이리’ 등 구절로 표현했다.
그는 이번 시집도 지난 2011년, 2015년 각각 펴낸 '산타페 가는 길'과 '꽃 너머 그대'와 같은 포토시집으로 구성했다. 남아메리카와 동아프리카를 생생하게 찍은 사진 1800장 가운데 고르고 고른 230여장의 사진을 함께 실어 시 감상을 돕는다.
류 교수는 “탐험하며 발견한 윤기 흐르고 향기로운 세상의 모습을 나누고 싶어 사진 촬영과 선별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라면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시를 쉽게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영양가 있는 시집으로 다가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는 “아무리 위대했던 인간사든, 초라했던 인간사든 다 사라지고 만다는 인간역사의 본질과 창조자의 기운은 여전히 자연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소중한 깨달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