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18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8) - 광교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광교산이다. 광교산은 수원 북쪽에 있는 산으로 수원천의 발원지이며,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풍수지리에서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게 한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전형이다. 


또한 광교산은 시가지를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다 하나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산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친히 ‘광교(光敎)’라고 명명했다고 고려 야사에 전해진단다.


칼럼을 쓰며, 칼럼이 나오면 지인에게 보내주며 안부를 물은 지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수원에 사는 지인과 서로 안부를 묻다가 부부 동반 산행을 한번 하기로 하였으나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현충일인 일요일, 광교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약속 장소인 지지대 고개의 프랑스군 한국전쟁참전비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정조 대왕의 효행을 기리어 조성했다는 효행 공원을 둘러보니 정조대왕 동상이 있다.

 

조선 후기 왕권 강화에 노력해온 정조가 화성을 건설하고 화성에서 군사훈련을 지휘하였던 화성 행차도 이 지지대를 통과하였다. 역시 수원은 역사적으로 정조대왕과 화성, 융건릉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이다.


산행은 지지대에서 능선을 타고 오른다. 헬기장을 거쳐 통신대를 지나 노루목과 정상인 시루봉으로 향하는 길은 거의 능선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능선인데도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하며, 특히 소나무 숲이 그 푸르름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어, 햇살을 피해 등반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길가에는 키 작은 싸리나무가 연분홍빛 꽃들을 반짝이고 있다. 


지인과는 30대 초반의 중소기업 연구소에서부터 만나 몇 년을 같이 근무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었어도 오랜 시간을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3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안부와 오산 근처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의 근황 등도 들으며 수원과의 인연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인과의 이야기 속에는 내 30대의 꿈도 있었고, 지인은 그의 꿈을 따라 사업을 시작해 성공과 좌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수원에서 살고 있다.

 

인연이란 무엇인지 그 시절의 인연들이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은 소식을 모른다. 시절 인연이라 그땐 그 사람들이 소중했고 지금은 또 지금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 소중한 거다. 


통신대 헬기장을 지나고부터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숨이 턱에 찰 만큼 오르고 나니 통신탑이 나온다. 보통은 험한 오르막을 숨이 차도록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그 수고를 보상해 주는데 통신탑의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수원 시내가 약간 보이는 정도로, 오른쪽으로 돌면 백운산으로 간다는데 우리는 다시 노루목을 지나 능선의 오르내림을 따라 정상인 시루봉까지 오른다. 화창한 휴일이라 능선을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드디어 오른 정상. 정상에는 시루봉 표지석과 좁은 공간에 나무 테크를 깔아 넓게 해놓았다. 정상의 풍경도 생각보다 시야가 넓지 않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광교산은 경기대학교에서 오르는 코스의 전망이 좋아, 대부분은 경기대학교 쪽 능선을 따라 형제봉까지, 또는 형제봉을 거쳐 정상인 시루봉까지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한옆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간식을 먹는다. 지인 부부는 수원에 살며 자주 광교산을 오지만 굳이 정상에 오를 생각 없이 아래를 돌다 가곤 하니 오랜만에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그 말에 갑자기 나무 의사 우종영 선생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속의 글이 생각난다. 

 

 

“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 닮은 듯하다. 그저 정상에 오르려고 한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산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듯 걸음을 떼면 빨리 걸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사는 사람은 굳이 정상을 가지 않아도 자주 가기에 그 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을 안다. 마치 인생의 목표가 성공에 있지 않고 매일 매일의 일상이 소중한 사람들처럼.


오랜만의 만남에 지인이 점심을 사겠다고 하여 서둘러 노루목을 다시 돌아 짧은 상광교(上光敎) 종점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 깊은 계단 길로 숲이 울창하고 소나무 숲도 많이 우거져 있다. 숲을 감상하며 내려오다 보니 사방댐 근처에는 뱀이 바위 위에서 꽈리를 틀고 있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비킨다. 


상광교 종점 근처는 음식점이 많아 가족들과 놀러 나온 상춘객이 많다. 택시를 타고 동수원으로 나오는 길에도 광교저수지를 품은 유원지의 풍경이 한가롭다. 뒤로 보이는 광교산을 바라보며 나무는 추억을 기억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읽었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의 태안의 주엽나무가 생각났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에는 1970년대 들여와 지금까지 공들여 키우는 한 그루의 특별한 나무가 있단다. 이란의 사막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이란 주엽나무’라고 불렀지만, 최근의 국가 표준식물목록에서는 ‘카스피 주엽나무’로 정했다. 사막에서 나무가 가장 먼저 피해야 하는 건 낙타라, 결국 나무는 낙타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가시를 돋아냈다. 


하지만 가시는 일정한 높이부터 찾아볼 수 없는데, 그 경계는 낙타가 긴 목을 뻗었을 때 닿는 주둥아리 높이란다. 주엽나무의 경계심이 대단히 정교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 자리 잡고 40년쯤 지난 2010년께부터 나무는 가시가 무성하게 돋았던 자리에서 난데없이 초록의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위협이 사라졌으니 굳이 가시를 만들 필요성이 없어진 거다.

 

나무 의사 우종영 선생의 글에서도 우리나라 주엽나무도 환경에 따라 가시를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고 배웠지만, 뇌가 없다는 식물에 과연 지능이 있을까? 


우리가 아는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도 오랜 식물 연구를 통해, “식물에도 하등동물 수준 이상의 인텔리전스(지성)가 있다.”고 했다지 않던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식물의 소통 방식. 지구역사 46억 년 중에서 ‘호모 사피언스’는 20만 년 전에야 등장했지만, 생명이 해양에서 육지로 올라온 식물의 역사는 4억여 년 전이라 한다. 동물 보다 앞선 식물의 소통 방식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는 한 걸까?


그다음 주, 마침 고교 친구들과의 1박 2일 태안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여행을 떠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도 둘러 보며 ‘천리포 수목원’에 들려 카스피 주엽나무를 찾았다.

 

가시에서 돋아나는 초록의 잎사귀를 확인하며, 미국인 해군 장교였던 귀화한국인 민병갈 박사의 천리포 수목원 설립에 관한 인생이나, 카스피 주엽나무의 환경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나 생명은 언제나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여 변화한다는 명제만은 분명한 듯 보였다. 


광교산 산행과 태안 여행에 함께 해주신 친구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감 5일차 일정…헌법재판소·경찰청·도로교통공단 ...여야 충돌 예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17일 5일차 일정을 이어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또다시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9개 상임위원회에서 각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사무처)와 헌법재판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또 같은날 오후 3시 국회에서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전날에 이어 여야 간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전날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국감과 관련된 언론기사를 둘러싸고 허위사실 유무를 놓고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 현장 검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 기록을 열람했다는 허위 사실을 국민의힘이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 대통령 무죄를 만들기 위해 대법원 현장 검증을 강행한 것이라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시의회 제10차 개헌 대비 '지방자치 개헌안'마련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최호정 의장)는 제10차 개헌 대비 지방자치에 관한 서울특별시의회의 의견을 담은 “제10차 개헌 시 지방자치에 관한 개헌 방향”에 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회는 현행 헌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자치가 단순한 제도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지난 2월부터 본 연구를 역점적으로 계획하여 5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조직권·재정권 등 핵심 권한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부재하여, 중앙정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 체제는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지역 맞춤형 행정과 주민 생활 중심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 등 실질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소멸, 수도권 과밀, 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해결에 지역 맞춤 자율성이 절실함을 피력하였다. 본 연구용역은 ▲지방분권 국가의 지향 선언, ▲지역 맞춤 정책의 속도와 혁신성 제고를 위한 주

문화

더보기
키타무라 아사미·백승우, 듀오 리사이틀 ‘Dialog’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듀오 리사이틀 ‘Dialog’가 오는 11월 15일(토) 오후 3시 서울 일신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피아니스트 키타무라 아사미와 한국 피아니스트 백승우가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특별한 음악적 순간을 선사한다. 이 리사이틀은 두 아티스트가 하나의 피아노 앞에서 호흡을 맞추며 존중과 배려의 조화를 이루는 ‘대화’의 장이 될 예정이다. 공연 중간에는 두 피아니스트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Dialog’ 코너도 마련돼 부부이자 동료로서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 다른 음악적 환경에서 배운 점과 공감의 순간들을 공유하며, 연습실의 작은 일화부터 무대에서의 특별한 경험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음악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다듬어온 시간을 담고 있다. 이번 무대는 두 나라의 음악가가 피아노를 통해 ‘공감과 대화’를 이어가며 앞으로의 문화교류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프로그램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단조’, 일본 작곡가 사사키 쿠니오의 ‘Ocean Beat’,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소품, Op.11’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