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기립박수’, ‘눈물’, ‘기념사진’.
아이돌그룹 팬미팅 행사가 아니다.
국민의 진솔한 소리를 듣겠다고 마련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다.
19일 오후 8시부터 <MBC>에서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팬미팅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청와대는 무작위로 뽑힌 국민패널과 문 대통령 사이의 ‘각본 없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날 만남에서 여러 현안과 관련해 폐부를 찌르는 듯한 송곳질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환호와 칭송이 장내를 뒤덮었다.
패널들은 서로 질문하기 위해 “저요!”, “여기요!” 등을 외치며 경쟁적으로 나섰다.
정작 질문은 “대통령께서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질문 개수도 20개에 그쳤다.
탈북자 강제북송, 홍콩 민주화시위 입장 등을 묻는 민감한 질문이 자료화면에 뜨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따로 답하지 않았다.
소수지만 송곳질문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책임을 국회에 넘기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아이들 생명안전을 위한 여러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안타까우실 것 같다”고 했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패널 300명이 문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을 위해 일제히 무대로 몰려들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 환호가 쏟아졌다.
25만 명에 달한 유튜브 시청자 반응은 현장과 달랐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끝났다”, “국민과의 대화가 아닌 문팬(문 대통령 지지자)과의 대화” 등 비판이 주를 이뤘다. “진솔한 대화였다” 등 긍정평가는 소수에 그쳤다.
<KBS> 대담과 이번 행사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KBS> 송현정 기자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독재자’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민감한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당시 이해찬 대표 등 여당에서는 5공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국가원수 모독죄’ 주장이 한창이었다. 송 기자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적폐’로 몰려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행사와 거리를 두려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방송인 김어준은 2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초청해 “앞부분 좀 보다가 ‘도떼기시장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시청을 멈췄다”며 “이런 기획을 대통령한테 제안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8일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도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내가 청와대 안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 연출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 위원은 자유한국당에서 일하고 싶다는 입장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