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2월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박 대통령 탄핵의 남은 단계는 헌법재판소의 결단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인용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탄핵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과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기에 대한 논란은 결국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이라는 한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근거는 비교적 명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담은 박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내용은 총 17건으로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 △헌법 제67조 1항 대의민주주의 △헌법 제88, 89조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헌법 제66조 2항, 제6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헌법 제7조 직업공무원제도 △헌법 제78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헌법 제11조 평등원칙 △헌법 제23조 1항 재산권 보장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10조 기본적 인권보장 △헌법 제119조 1항 시장경제질서 △헌법 제21조 1항 언론의 자유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장 등의 헌법 위배 행위 등 13건과 △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문서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누설 관련 범죄 등 법률위반행위 4건이다.
이 중 대부분의 혐의는 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강제 모금과 롯데그룹 출연금 조성,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특혜 제공 등의 과정은 이미 언론을 통해 대부분 보도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례적으로 '99% 입증 가능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또한 과거 헌재의 큼직한 정치재판 사례를 봤을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통합진보당 해산의 경우 정치적 판단과 함께 가치판단의 영역이 깊숙이 관여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의 경우 대부분이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닌 실질적 형사범죄의 영역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죄목에 대해 "잡범이기 때문에 입증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관건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문제 삼은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장 위배 부분이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으로 생명권 보장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탄핵소추 내용에서 제외하거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낱낱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법률의 범위인 직무유기로 탄핵소추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이 탄핵의 신속한 인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월2일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작성할 당시에도 '세월호 7시간'을 넣을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간 바 있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재난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할 것이고, 이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 비박계는 세월호 7시간 부분을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키는 부분에 대해 난색을 표했었다.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탄핵은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을 저질러 대통령 직무 수행이 어렵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세월호 대처 문제는 탄핵사유가 되기 어렵다"면서 "이런 내용에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법리적으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에 탄핵소추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을 냉정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국회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12월3일 232만명의 군중이 촛불을 들면서 시민의 힘으로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에 동의했지만, 찝찝함을 남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을 무리하게 적시한 것에 정치적 상징성을 담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야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방청석에 초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이 자신들이 세월호 유족을 위해 지금껏 싸워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의 행적을 모두 밝히는 것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성형설, 피부미용 시술설, 심지어는 마약설까지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만 존재할 뿐 어느 하나 명명백백히 밝혀진 것이 없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행적은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고, 언론도 이 부분 만큼은 확증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월호 7시간 행적 중 밝혀진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관저에 있었다는 것과 전담 미용사가 박 대통령의 머리를 하기 위해 1시간 여 동안 청와대에 출입했었다는 내용뿐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규명하고 탄핵 사유로 인용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해야 당시 청와대 출입기록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확실히 입증하려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은 필요할 경우 청와대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과거 수사기관이 청와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전례는 없다. 또 박 대통령은 특검이 도입되기 전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검찰의 출석요구를 묵살하고, 수색영장도 거부한 전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 후 7시간 동안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숨진 아이들의 한과 유족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끌어들여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탄핵되는 순간 대통령으로서의 형사소추를 받지 않을 권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더 빠른 시일 내에 세월호 7시간 행적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