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예상 외로 강했다. 경기활성화란 대의명분에 밀려 규제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가고 말았다.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과열의 중심지였던 서울 강남4구와 경기 과천의 분양권 전매를 사실상 막는 예상보다 강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배경은 국지적 과열현상이 심화·확산할 경우 장래 주택경기의 조정 과정에서 가계와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관리방안에 따르면 민간택지의 경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과천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강화된다. 강남4구 외 서울 전역과 성남은 1년6개월로 연장된다. 경기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화성동탄2, 세종의 공공택지 내 주택은 전매가 기존 1년에서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제한된다. 수도권 중 지구면적 절반 이상이 그린벨트가 해제된 공공택지 내 85㎡ 이하 주택도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70%이상이면 마찬가지로 전매가 금지된다.
청약 1순위 자격도 △세대주가 아닌 자 △5년 이내 당첨자 △2주택 이상 소유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더불어 서울, 경기, 부산, 세종 등 조정대상 지역 주택에 당첨된 세대에 속한 자도 재당첨 제한 대상자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예상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분양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만으로도 시장을 통제할 수 있었는데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면서 투자 수요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공택지 중 서울, 경기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화성(동탄2신도시), 세종에 대해서도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전매제한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강도 높은 대책까지는 아니지만 시장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공택지의 경우는 저렴한 분양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분양권 거래가 성행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동안 규제를 너무 완화시킨 것이 가계부채를 늘리는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주택 공급량이 줄고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겹치면 추가적으로 시장은 더욱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정부가 이번에 대놓고 청약 규제를 했기 때문에 일부 시장이 너무 과열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 "서울시 전체에 대해 규제를 했기 때문에 풍선효과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방의 경우는 좀 더 시장을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서는 재당첨금지, 2순위에도 청약 통장 필요 등의 복합적인 규제로 인해 부산과 세종의 청약 과열문제도 잡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부산의 경우는 전매 제한 규제가 없어서 오히려 경남 투자 수요 직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올해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제주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부분도 아쉬운 점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부산은 공공택지를 빼고 민간택지만 제한하기로 하면서 공공택지에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산과 세종 이외에 대구도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뜨겁고 광주와 강원도도 가격은 높지 않지만 상승률 측면에선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법상 전매제한 기간 적용은 수도권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산은 전매제한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대신 청약 1순위 자격제한, 무주택자 세대주가 아닌 자 등은 부산 해운대를 비롯한 5개구에 다 적용되는 만큼 청약 과열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상한제·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은 빠져
정부가 예상보다 강화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의 카드를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정부가 전매제한 보다 더 강한 카드를 내놓으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기 세력이 분양 시장에서 재건축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서울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 양도·양수 규제를 안했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이것마저 잡으면 경기가 아예 죽어버릴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제한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에서 새 아파트의 이상 과열 현상을 완화시킴으로써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주변 집값 불안요소를 차단하는 것에 목적을 뒀기 때문에 청약제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 위주로 정책을 내놨다"면서 "조합원 양도·양수는 새 아파트 문제가 아니라 기존주택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직 정부가 부동산 가격 거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이번 규제 대책에 분양가상한제와 후분양제 도입이 들어갔으면 좀 더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강화로 대체되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HUG가 주변 인근 단지의 분양가보다 110%가 넘으면 분양보증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방법 등으로 분양가를 잡고 있다"면서 "이번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만으로도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대책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집값 상승이나 청약과열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판단되면 관련 규제를 해제할 계획이다. 반대로 과열현상이 확산될 경우 규제지역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동향과 지역별 지표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국지적 과열현상이 심화되거나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는 방안도 정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