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5년간 주변 분양가보다 높은 '고분양가'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해 제재 가한 것은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분양단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분양가 책정 단지에 직접적으로 관여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HUG가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아파트 분양보증을 불승인 한 분양 단지는 개포주공3단지가 유일하다.
HUG 내부세칙에 따르면 '보증신청인이 보증금지대상에 해당하거나 보증심사 결과 보증함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증을 거절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분양가와 관련해서는 같은 시군구 평균의 110%를 초과하는 분양가를 책정한 주택사업자의 분양보증 신청은 반려하도록 돼 있다.
실제 HUG는 지난 7월 21일 개포주공3단지에 대해 앞서 분양한 개포주공2단지보다 14% 높은 3.3㎡당 4310만원으로 분양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보증을 거절했다.
분양 보증은 건설사가 공사 도중 부도, 파산 등으로 분양을 할 수 없을 때 보증사가 사업을 대신 완료하거나 분양대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HUG가 분양승인을 하지 않으면 건설사는 분양할 수가 없다.
결국 개포주공3단지는 분양가를 4137만 원으로 낮추고 분양보증을 받았다.
문제는 HUG는 다른 고분양가 책정 단지도 관여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주변지역 평균의 110%가 넘는 분양가로 공급된 단지는 176곳에 달한다. 그러나 HUG는 이들 단지의 분양 보증을 모두 승인했다.
지난해 3월 경기 동탄 A-37블록에 분양한 반도유보라는 무려 주변 지역 평균의 140.9%인 전용면적 3.3㎡당 1100만원의 분양가를 선보였지만 분양승인을 받았다.
올해 1월 일반 아파트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서울 잠원동 '신반포자이도 3.3㎡ 평균 분양가가 4290만원을 기록하면서 인근 지역 평균의 148.0%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보증이 이뤄졌다.
올 3월에 보증을 받은 경북 포항시 '테라비아타'도 당시 포항 평균의 189%에 달하는 3.3㎡ 당 1200만원에 분양됐지만 HUG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윤 의원은 이러한 고무줄 규제에 대해 "개포주공3단지 보증 불승인은 시스템에 의한 조정보다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 HUG의 불승인 결정이 있기 한 달 전인 6월 27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분양가 책정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해 "이상 과열 현상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을 통해 안정화에 나선 적이 있다.
윤 의원은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 정부가 HUG의 분양보증 권한을 이용해 고분양가 잡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고분양가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