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후보가 야당 역사상 첫 TK(대구·경북)지역 출신의 여성대표라는 기록을 세우며 총 득표율 54.03%라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추 후보의 당선은 당 안팎에서 예견된 결과이기는 하나, 2·3위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당선돼 ‘문심(文心)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미애의 통합론
추미애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통합론을 내세우며 표심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압도적인 표차이의 당선이 당 안팎에서 친문재인계의 결집 효과라는 평가가 나옴에 따라, 비주류 진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당장은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확인한 주류 친문과 비주류 간 갈등을 봉합하고 빠르게 당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듯 추 대표는 전당대회 후 기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 당이 정권교체의 디딤돌과 울타리 정당이 되는 데 두 분(김상곤·이종걸)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이종걸 후보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를 함께 뛰는 과정에서 주류-비주류간 다툼이 있었지만, 이번 전대는 (비주류가) 모든 속에 있는 말을 하고 그것을 푸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상곤 후보에 대해선 “김 후보는 혁신위를 만들어 우리 당의 혁신에 열정적으로 힘을 보탠 분”이라며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깊은 식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잘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 대표가 당직 인선 때 선거를 도왔던 친문계에 대한 보은성 인사를 단행한다면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오히려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한 친문계에 대한 비주류의 반감이 커지고 추 대표가 이에 대한 관리를 못할 경우 내년 대선 국면에서 또다른 분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연확장 과제… 어떻게 풀지 관건
친문계의 추 대표 지원에는 다분히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의식한 중도 외연확장과 영남출신으로서의 동진(東進)을 이뤄내라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TK 출신으로서 추 대표가 영남표를 얼마나 가져올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지역적으로는 영남권의 고정표를 더민주 쪽으로 끌어오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또한 새누리당이 호남출신의 이정현 대표를 앞세워 서진하는 것에 대한 방어적 성격도 깔려 있었다.
이러한 외연확장은 지난 총선 때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공개적으로 내세웠고, 총선승리를 통해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
김 전 비대위 대표는 총선을 3개월 앞둔 지난 1월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취임 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친노·운동권 문화의 청산이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확장이 불가피한데 친노·운동권 등 강경파를 배제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그는 친노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강기정·유인태·정청래 등 친노강경파 의원들을 물갈이 하며, 친노색채 지우기에 나섰다. 물론 지난 총선의 승리가 친노 색채 지우기만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한 요소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추 대표가 친문 세력과 비주류 간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친문계의 전폭적 지지를 통해 대표에 오른 만큼 당이 안정적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낙관과 비관의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곧 당내 헤게모니 싸움을 넘어 내년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제3지대론 지우기 광폭행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추 대표에게 주어진 주요 과제다. 공정한 경선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야권 내 대선 잠룡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의 경선 참여를 쉽게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인식한듯 추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공정한 대선경선을 위해 반드시 중심을 잡고 지키겠다”며 “모두 함께 모셔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경선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라 이를 여하히 불식시키느냐 하는 점도 추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지지층이 분열된 쪽은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특히 지난 대선의 경우 그 표차가 근소했던 만큼 분열은 곧 대선 패배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정한 관리가 안돼, 비주류측에게 명분을 준다면 더민주의 정권교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나오는 제3지대론에 대해 실제로는 성공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에서 “과거 경쟁에서 밀린 헤쳐모여식 정계개편 시도는 많이 있었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새판짜기의 결말, 즉 이인제를 놓친 이회창 후보, 또 손학규 후보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똑똑히 봤고 또 경쟁에 밀리고도 끝까지 당을 지킨 당시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또 부활했는지 기억하고 있다”며, “추미애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집안 단속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새판짜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추 대표는 2일 “전당대회를 마치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당장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 있는 손학규 고문 달래기에 나섰다. 또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잇따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것이 8·27전당대회 효과가 아니겠느냐”며 “그 분들이 준비해 온 비전을 갖고 포부를 밝혀주는 것은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더민주로부터 등돌린 호남 민심의 복원이 중요한 만큼 호남지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추 대표가 해결해야 과제다. 남편이 호남출신이라 선거기간 ‘호남의 며느리’를 자처한 추 대표지만 앞으로 직접 호남을 누비며 이를 주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