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국민의당 지도부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 참석 전부터 친노 지지자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곤욕을 치렀다. 안 대표는 지난해 추도식과 올 1월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봉하마을 참배했을 때 친노 지지자에게 험한 말을 들었던 바 있다.
당초 이번 추도식은 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으로 승격됐고, 상당수 친노 인사들이 국회에 입성했을 뿐 아니라 좌장인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완전히 회복한 터라 친노지지층도 좀 더 포용력 있게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였다.
여기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이날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추도식이 정중하고 엄숙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친노지지층을 향해 당부한 상황이었지만 안 대표를 향한 이들의 분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한 것은 7주기 추도식을 40여분 앞둔 오후 1시20분께였다. 국민의당 버스가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 중년 시민은 국민의당 당직자에게 “박지원 이런 사람들, 차라리 오지 말라 그래”라고 소리쳤으며, 또 다른 주민은 국민의당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도 온다며?”라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안철수 대표의 봉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으나 일부 성난 친노지지층에겐 소용이 없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봉하마을에 들어선 뒤 주차장에서 추도식 행사장까지 걸어서 이동하려 했지만, 돌발상황을 우려한 주최 측 요청으로 버스를 타고 묘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에 일부 추모객이 “내려서 가 ×××들아”라고 거듭 욕설을 퍼부었다.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묘역 인근에서 하차해 노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또다시 몰려와 “안철수 물러가라”, “배신자” 등의 고성을 지르며 몰려들어 국민의당 측 사람들과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몰려든 인파 속에서는 “물러가라”는 규탄조의 목소리와 “자제합시다”, “절대 싸우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그러나 제지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빨갱이보다 못한 ××들”이라고 국민의당을 비난하는 험한 말도 튀어나왔다.
혼란 속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몰려든 인파로 인해 다른 지도부와 함께 사저에 들어서지 못하고 잠시 닫힌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뒤늦게 입장했다. 사저로 들어서는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 “니들이 거기 가면 안 돼”라는 고함과 함께 일부 지지자들이 달려들어 한 때 문밖에서 행렬이 막히는 상황도 벌어졌다.
22이에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15분여 동안 사저에 머무르다 추도식을 앞둔 오후 1시47분께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흥분한 지지자들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다시 “이 ××들 시비 걸러 왔나”, “여기 왜 와, 양아치 같은 놈이”등의 고성이 튀어나왔다.
안 대표는 이후 곧장 추도식 무대 앞에 마련된 좌석으로 다가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이후 권양숙 여사와도 인사를 나누면서 곤욕 끝에 추도식에 참석했다.
◆손혜원, 국민의당에 “그냥 조용히 계시는 편이 나았을 것”
한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당선인이 23일 국민의당을 겨냥해 “어차피 봉하에 갈 거면 그냥 조용히 계시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 홍보위원장인 손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언론에 실린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 같이 말했다.
손 당선인은 이어 “세월이 가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강해져만 가는 친노세력이 부럽기는 한데 그 중심에 문재인이 버티고 있는 것이 영 마땅치 않다는 쉬운 얘기를 참 어렵게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네요”라고 꼬집었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친노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자세가 문제”라며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 세력을 싸잡아 비판했고 이에 손 당선인이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