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여야의 20대 국회 원구성과 관련해 여야가 지리한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경제계 구조조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산적한 민생현안을 눈앞에 두고도 총선 이후 근 한달 간을 국회의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싸우고 있다. 이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빨리 원구성 등의 현안을 해결한 뒤 민생법안 처리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동석한다. 3당의 원내대표가 모두 선출된 지 1주일만의 일이다. 이들의 만남이 늦어지다 보니 그간 여야간에는 장외 설전만 계속됐다. 당연히 20대 국회 개원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진전된 게 없다.
더민주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야 한다고 하고, 여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받아치고만 있다. 만나서 협의하면 될 문제를 갖고 서로 제 논리 설파에만 주력한 것이다. 이는 여론전을 앞세워 협상력을 높이자는 구태 정치에 다름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관행상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 직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16대 국회에서도 야당인 당시 한나라당이 제1당임을 내세워 국회의장 직을 차지했던 것을 들어 20대 국회에서는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 있다.
여야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서는 대체로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더민주,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야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논란을 불렀다.
1당으로써 더민주가 국회의장직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처리 강행을 막고자 법사위원장도 야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두 자리를 모두 야당에서 가져가는 것은 관행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우 원내대표가 원구성을 앞두고 대여(對與)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선공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우 원내대표의 주장과 관련, “농담이겠지”라고 받아쳤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를 다 야당이 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1~2당이 나눠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상호 견제 차원에서 두 자리는 서로 다른 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인 원칙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당과 야당이 따로따로 맡는 것”이라며 “만약 국회의장이 여당이라면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 국회의장이 야당이라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전통적으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항상 반대로 맡아왔다”며 “국회의장을 1당이 맡으면 법사위원장은 2당이 맡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라고 하는 것은 입법활동하는 곳이지만 입법 활동 쉽게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면서“국민의 기본 권리도 있고 이해관계도 있기 때문에 상호 견제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민의는 제1당이 맡는 것이 원칙”이라며 더민주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예를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 여소야대 때 집권여당에 국회의장을 양보한 경우도 있다”며 새누리당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분리 원칙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1당과 2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갖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사회권을 가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이라며 “국회 내에서 서로 간의 견제도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가 상임위원장도 적절히 나눠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같이 복잡하게 의견이 갈려 있는 문제를 놓고 이날 3당의 원내지도부가 만나 과연 어디까지 합의점을 도출할지 미지수다. 첫 만남이란 점에서 합의는커녕 기싸움만 벌이다 끝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여야 협치를 바라는 국민 마음은 더 무거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