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요동치는 호남민심, 최종선택은 어디일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의 운명이 걸린 호남의 최종 선택에 정치권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대 총선 선거일을 하루 앞둔 12일 야권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지역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표의 11~12일 호남 방문을 서로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호남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표가 떨어진다'는 당의 우려로 호남 방문을 자제해온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8~9일에 이어 11~12일 다시 광주와 전남·전을 찾아 '큰 절'을 하는 등 낮은 자세로 민심에 읍소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번 방문때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를 하겠다며 배수진을 친데 이어 12일에도 “모든 것을 걸었다”, “사즉생의 각오”라며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대권후보와 당 대표를 지내며 호남이 전폭적 지지를 해줬음에도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데 대한 자성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당부를 언급하며 호남의 민심을 자극했다.
그는 광주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저는 지금도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저와 몇 사람들에게 한 간곡한 당부를 잊지 못한다”며 “'반드시 대통합해 정권교체를 해달라'는 유언 같은 그 당부를 못 지켰다”고 사죄했다.
그는“제 죄가 크다. 그걸 씻는 길은 정권교체 말고는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 제 모든 것을 걸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아뢴다.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이 가져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당 모두 표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내심은 다르다.
호남에 반문(反文)정서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 대권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권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친 만큼 민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며칠째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은 날선 반응을 내놨다.
박지원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선과 자신의 대선 가도를 혼동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호남 분열,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천정배 대표는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 “(문 전 대표가) 패권에 대해 반성을 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조금도 바꾼 것이 없다”며 “호남 민심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문재인 의원이 다니면 다닐수록 별로 호남에 득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진정성이 호남에 전달됐다는 평가들이 있다”면서도“다만 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동행했던 김홍걸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호남 민심이 조금씩 다시 저희당으로 오고 있다”며 “50대 이하의 연령대에서 지지층 결집이 보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난번 문재인 전 대표 방문 이후 50대 이상, 60대의 지지율이 낮았던 그 연령대에서도 조금씩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4·13 총선에서 드러날 호남민심이 두 야당의 운명을 크게 좌우한다는 점에서 최종 투표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