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반문(반 문재인)정서’를 무릅쓰고 야권의 심장부 광주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광주 충장로에서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호남 지지여부를 전제로 한 정계은퇴·대선 불출마, 호남의 인재인 더민주 후보들과 새누리당과 맞설, 정권교체를 해낼 강한 야당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의 호소에 호남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문 전 대표는 8일 비장한 각오로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대권 도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면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 야당 대선 후보는 승리할 수 없다’, ‘호남이 인정하지 않는 야권 대선주자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는 현실을 문 전 대표는 이번 선언에서 그대로 반영했다.
더민주 후보들이 광주에서 ‘반문 정서’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광주 방문을 강행한 한 이유기도 하다. 당연한 선언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 승부수나 배수진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특히 ‘호남홀대’, ‘호남 차별’ 오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정부 당시 호남홀대가 있었다. 참여정부 실세였던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홀대의 주역이었다’ 는 등 광범위에게 퍼진 이른바 ‘반문정서’에 대한 반격 내지는 해명으로 보인다.
그는 “저에게 덧씌우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그 말 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다.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면서 “저와 당과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주라.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엄혹했던 5공 군부독재 정권 시절, 부산의 민주화 운동은 '5월의 광주'를 부산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87년 6월항쟁 전야 5월 노무현과 제가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연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보려는 부산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고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등장했다.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라는 간곡함으로 읽힌다. 그는 또 이번 총선에서 차세대 호남 대권 주자가 될 총선 후보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차기, 차차기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인재들이 호남의 더불어 민주당 후보들 속에 있습니다. 정권을 탈환하고 대권을 꿈꿀 만한 훌륭한 씨앗들이 뿌려져 있다”면서 “이 분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민주 기호 2번의 새롭고 활기찬 후보들이야 말로 호남의 정신과 열정을 한 지역에 가두어 두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장시켜 갈 인재들이다”면서 “호남 정신의 지평을 전국으로 넓히면서 지역 경제, 문화에 새 바람을 이끌 주역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분열을 극복한 강한 야당을 통한 정권교체도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했던 구시대적 정치, 호남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변방에 가두어 두려는 분열적 정치인들은 더민주 후보들이 심판할 수 있다”면서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 해낼 정당은 더민주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광주선언’이 총선을 불과 5일 앞둔 상황에서 총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더민주는 문 전 대표의 ‘광주선언’으로 이미 ‘반문 정서’를 강하게 표출하면서 국민의당쪽에 선 유권자들을 바꾸기 힘들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20~40대 유권자들, 그래도 강한 야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당은 `반문 정서'를 올가미 삼아 더욱더 지역 민심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이 더민주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의 광주와 호남 방문은 내년 자신의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면서 “혜안을 가진 광주 시민들은 문 후보의 진정성 없고 입 발린 사과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이미 대세가 굳어진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호소가 위력을 얼마나 발휘할지 모르겠다”면서 “친문세력의 결집이나 부동층의 움직임이 예견되지만,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같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광주선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더민주에 막판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지, 역풍을 맞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