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국내 은행들은 2분기 가계와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세가 늦춰지면서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커진데다, 부동산 시장 둔화로 가계부채의 담보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평가한 올 2분기 가계와 기업의 종합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증가세로 지난 2012년 4분기(30) 이후 3년2분기 만에 최고치다.
신용위험지수는 국내 15개 은행의 여신업무 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지수화한 것이다. 0을 기준으로 -100~100 사이에 분포하며 지수가 높을수록 대출 위험 전망이 많은 것이고 낮으면 그 반대다.
특히 가계대출의 경우 신용위험 악화 전망이 두드러졌다.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28로 지난 1분기(22)보다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 2013년 1분기(28)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고, 최근 부동산 시장 둔화와 맞물려 집값 하락 우려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지난 1분기 16에서 2분기 19로 뛰었다. 중소기업도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증가하며 전분기 28에서 3포인트 오른 31을 기록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세계수요 부진 등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은 부진한 경기회복세에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대기업의 경우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일부 과다 부채기업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2로 전분기(-14)보다는 2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그중 대기업은 -16에서 -13으로 강화 전망이 다소 축소된 반면 중소기업은 -6에서 -9로 더 확대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저신용 대출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가계 일반자금은 -3으로 전분기(-9)에 비해서는 다소 축소됐으나 가계 주택자금은 -19로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 시행 등으로 주택대출 심사 강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출 둔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은행의 2분기 대출수요지수는 3으로 전분기(4)보다 줄었다. 2010년 3월(7)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기업의 대출수요는 전분기 6에서 2분기 3으로 다소 축소됐다. 기업 내부유보금,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로 낮은 수준의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전분기 19에서 2분기 16으로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등으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주택 대출수요는 -6으로 대출심사 강화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31)에 비해 급격히 추락한 지난 1분기(-6) 때와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일반 자금수요(-3)도 소비 위축 등의 요인으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