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국민의당이 야권 후보자연대를 사실상 거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투표용지 인쇄일을 하루 앞둔 3일 재야 시민사회단체들의 야권 단일화 요구에 대해 "충정은 이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대표는 이날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당은 정치변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태어난,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한 몸에 담고 있는 당"이라고 발언,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광주전남비상시국회의는 5·18 국립묘지를 찾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수도권 야권연대를 거부했다"며 "이는 새누리당의 당선을 돕는 것인 만큼 낙선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연대에 대한 희망을 접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수도권 유세에 나서 여야 1대 1 구도를 만들 방침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제주 4·3사건 추념식 방문을 위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안철수라는 국민의당 대표는 총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내년에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전국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대해서 기반이 없어지는 것이 불안해 연대를 못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이날 수도권 유세 중 기자들을 만나 "지금 국민의당에 대해 야권연대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절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며 "후보자 차원에서라도 활발하게 단일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강병원 후보, 은평갑에 출마하는 박주민 후보, 중성동을에 출마하는 이지수 후보 등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중성동을에 나서는 정호준 후보와 강북갑에 나서는 김기옥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국민의당 차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야권 후보자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 서대문을에 나선 국민의당 홍성덕 후보는 3일 "당 대표가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안철수 대표 지침이니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지 말라면 말아야죠"라며 당 방침에 따라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강서병 역시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가 수도권 첫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국민의당이 여론조사 조건을 놓고 제동을 걸며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야권단일화를 거부한 이유를 3가지로 꼽는다. 안철수 대표의 신념,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 확보, 국민의당 지지층 성향 등이다.
안철수 대표는 제3지대 정당을 주창하며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창당 이후 계속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는 점을 공언해왔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를 '정치적 수사'로 생각했지만, 한때 '또 철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안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이미 한 차례 더민주와 합당했던 그로서는 다시 연대의 길을 택할 경우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최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20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투표에서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각 후보들이 각 지역에서 당을 홍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무관심층과 무당층이 주로 모여있는 국민의당 지지자의 특성 역시 주된 고려요소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무당층, 중도성향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민의당 입장은 야권연대를 할 경우 꼭 더민주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CBS와 국민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3일 보도한 영등포을 여론조사에서는 3자 대결에서 새누리당 권영세 30.7%, 더민주 신경민 23.2%, 국민의당 김종구 12.5%로, 권영세 후보가 신경민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7.5%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권 후보와 신 후보간 양자대결에서는 두 사람의 격차가 10%p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