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김남규 기자]이소현(36·여)씨는 지난해 제주도에 작은 집을 지었다. 3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아이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도했지만 적당한 집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가수 이효리씨처럼 제주에 집을 짓고 일정 기간 지내는 한편 집을 비울 때는 수익형 부동산처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 방학 때는 제주에서 지내지만 방학이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준다.
하지만 임대 관리는 그리 쉽지 않았다. 세입자가 들고날 때마다 내부 관리가 필요했고, 세입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일정의 보수를 주고 임대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씨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임대관리 서비스가 등장했다. 집 주인 대신 월세와 시설을 관리해주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제주 거주 수요 증가…‘별장+수익형부동산’ 바람
2~3년 전부터 '제주 한 달 살기'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짧은 기간 제주도에 머무는 수준이 아니라, 장기간 거주하며 제주를 속속들이 체험하는 여행방식이다.
'제주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숙제는 집을 구하는 것이다. 호텔 장기 투숙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현지 부동산에 빈 집을 알아보는것도 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집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다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할 확률도 높다. 인터넷 구두 계약의 문제도 불거지곤 한다.
다소 여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을 지은 후 임대해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집 주인이 휴가 때는 '별장'으로 쓰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임대주택 사업자와 임대주택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제주도 임대사업자는 총 314명, 임대주택은 1703가구에 이른다. 제주시만 해도 지난 2004년보다 사업자와 가구수가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임대주택 관리 수요도 늘어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제주도 집을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하려면 임대관리서비스의 도움을 얻는 게 편리하다.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주인을 대신해 세입자, 월세, 시설 등을 관리한다. 주택의 공실과 임대료 체불 등의 위험을 회사가 부담하고 임대인에게 고정액을 지급하는 자기관리형과 임대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매월 실제 임대료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수령하는 위탁관리형으로 나뉜다.
제주 내 임대관리업체는 대다수가 시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업체다. 지자체의 업체 등록기준은 임대주택 100가구 이상의 대규모 관리업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코엠홀딩스의 임영우 대표는 "제주도에서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소규모로 주택을 임대 관리하는 업체는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미등록 업체들에게 관리를 맡기면 임대료나 하자보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용 주택 분양 후 관리까지 맡기도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지어 분양한 뒤 임대관리까지 맡는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 2014년 제주시에 킴스부동산 관리주식회사가 정식 등록한 데 이어 올 3월 서귀포시에서 리츠파우제가 임대관리업체 등록을 마쳤다.
리츠파우제는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대지면적 총 2만8581㎡, 지하 1층~지상 4층, 18개동, 총 376세대 규모의 '파우제 인 제주'를 선보인다. 이 단지는 임대주택 가구수로는 제주에서 가장 크다. 임대주택을 분양한 뒤 자기관리형으로 운영한다.
리츠파우제는 아이와 함께 오는 엄마에 레포츠족, 창작에 영감을 얻으려는 프리랜서 등 '제주 한달살기' 열풍이 확대되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사업에 착수했다.
최경식 리츠파우제 대표는 "호텔처럼 거주에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면서 호텔보다는 저렴한 장기 렌탈하우스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단지를 시작으로 제주 곳곳에 이같은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