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서울 광진갑은 서울 48개 지역구 중 안철수 공동대표의 노원병과 함께 국민의당이 유일한 현역의원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주인공은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지난 연말 '안철수 탈당 사태'를 주도한 김한길 의원이다.
◆여야 ‘격돌’ 보다 더 깊은 김한길-전혜숙의 ‘앙금’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광진구 아차산역 1번출구 앞에서 만난 김한길 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퇴근길 인사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김한길 후보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 의원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손을 잡지 않는 이에게는 어깨나 팔을 쓰다듬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명함을 받고 지나가던 박모(76·여)씨는 "김한길 의원은 경험도 많고 정치적 위상이 있다"며 "광진구를 위해 지난 4년간 성실히 일했다. 정치를 많이 해서 모든 걸 겸비한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현역인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큰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한길 의원 측은 "중단없는 광진 발전을 위해 큰 인물을 한 번 더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다보니 지역구 활동이 다른 후보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신 김 의원이 방문하지 못하는 행사에는 그의 배우자인 탤런트 최명길씨가 참석하며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김 의원측은 최대 '적'은 새누리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전혜숙 전 의원이라고 보고 있다.
4년 전 19대 총선 당시 전혜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서울 광진갑 공천이 확정됐으나 지역 향우회 간부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의혹으로 후보 자격을 전격 박탈당했다.
그 자리에 전략공천을 받은 이가 바로 김한길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유효득표의 52.1%(4만4334표)를 얻어 당시 새누리당 정송학 후보(3만7902표)를 약 7.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전혜숙 전 의원은 2013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전 전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로 있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서울 광진구청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당시 전혜숙 전 의원은 "김한길 대표의 압박 탓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2013년 광진갑 지역위원장 공모에 뛰어들며 김 대표에게 도전한 것을 놓고 정치적 보복이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두 사람의 깊은 앙금은 이번 총선에선 당을 달리한 탓에 노골화되고 있다.
22일 오전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역구 내 사찰을 돌며 선거운동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전 의원을 만났다.
전 전 의원은 기독교 신자이지만 서울 광진구의 용암사와 기원정사에서 들러 신도들과 함께 불공을 드렸다. 그는 "정치인은 기불천(기독교,불교,천주교)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지역주민 한 사람이 "집 앞에 도로가 패여서 고생이다. 꼭 좀 처리해달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휴대폰 번호와 이름을 받아 적은 뒤 꼭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찰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전혜숙 후보는 지역민의 민원을 열심히 해결해줬다"며 "(19대 총선에서) 다 당선된건데 놓쳐서 너무 안타깝다. 이번에는 잘 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與는 친박연대 대변인 출신 전지명과 구청장 출신 정송학 공천 다툼
새누리당에서는 전지명, 정송학 예비후보가 야권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전지명 예비후보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중곡제일전통시장을 찾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연대 대변인 출신인 전 예비후보는 자신이 원조 친박임을 지역에서 강조하며 당내 경선을 준비중이다.
그는 자신이 찾은 중곡제일시장이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방문한 데 이어 2015년 2월에도 찾았다고 소개했다.
시장에서 20년 넘게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찬영(68)씨는 "전지명 후보는 인간성이 진실한 사람이다. 말을 해보니 사람이 참 진솔하고 좋더라"며 "지역을 위해서는 진솔한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전 예비후보는 "제가 서민경제의 구원투수 아닙니까"라며 "꼭 당선돼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김밥, 빵, 찰밥, 호두, 땅콩 등을 샀다.
새누리당 정송학 예비후보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2동과 중곡동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정 후보는 민선4기 광진구청장 출신답게 지역주민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았다. 그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하는 주민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중곡2동에 거주한다는 양모(71·여)씨는 "저는 주부니까 구청장을 잘했던 사람을 선호한다"며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정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 전략은 간단하다. 저는 광진구민을 위해서 일한 구청장, 일 잘하는 구청장, 공무원을 괴롭히면서 일만 한 구청장"이라며 "그런 구청장을 했기 때문에 광진구민들이 '이번에는 어떻게든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 전혜숙 “야권단일화 없다”에 與측“누구든 상관없다”
광진갑은 야권 분열 여부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 될 전망이다.
더민주 전혜숙 전 의원은 "저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이렇게 (분열된 상태로) 가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김한길 의원을 19대 총선 때 도와줬는데 이 분이 상생의 정치를 못 하는 것 같다"며 "최선은 제가 당선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그 분이 정치를 안 하는 게 맞다"고 김한길 의원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김한길 의원 측은 사뭇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김 의원측 관계자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야권단일화 문제가 계속 제기될 텐데, 안철수 대표 쪽에서 야권단일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좀 난감하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 "그건 지역을 흔들려는 음해"라며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겉으로는 야권 분열 여부에 상관없이 필승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지명 후보는 "결국 본선에 임박하면 야권단일화를 할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지는 게임을 왜 하겠냐"고 반문한 뒤, "그럼에도 지지층 결집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본선에서) 제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송학 후보도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다. 나에 대해 아는 50대 이상 연령대의 지지가 절대적"이라며 "투표를 하면 10~20대는 투표율이 저조하고, 50~60대는 투표율이 높으므로 결과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판세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19대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화로 김한길 후보가 승리했지만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권택기 후보가 통합민주당 후보를 1만1000여표 차이로 눌렀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김영춘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상황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약 9000표 차이로 이긴 바 있다.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김영춘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를 약 7000표 차이로 제쳤다.
이외에도 현재 광진갑 지역구에는 무소속 백승원(66) 부정축재재산 영구시효없는 몰수법 개정 준비위원장과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이정희(55) 뮤엠영어구의교습소 원장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주요 후보자 프로필 및 지역공약
김한길 의원(국민의당)= ▲1953년 일본 도쿄 ▲이화여대 사범대학부속고·건국대 정치외교학과 ▲15·16·17·19대 국회의원 ▲37대 문화관광부 장관, ▲종합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 성공적 실현, 어린이대공원에 안데르센 동화공원 유치
정송학 예비후보(새누리당)= ▲1953년 전남 함평 ▲조선대 부속고·조선대 법학과, 한양대 법학 석·박사 ▲민선4기 광진구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 ▲군자역~광나루역에 융합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고, 국립 고구려 현장박물관을 조성
전지명 예비후보(새누리당)= ▲1953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친박연대 대변인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중곡동 국립서울병원을 준 종합병원으로 확대, 어린이대공원에 보훈정신 및 애국심 고양을 위한 추모테마공원 설립
전혜숙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1955년 경북 칠곡 ▲경북대 사범대학부속고·영남대 약학대, 성균관대 임상약학대학원 보건·사회약학과 약학석사 ▲18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원장 ▲동네상권 살리기 협동조합 설립, 아차산길~어린이대공원~대학거리~한강변으로 이어지는 문화벨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