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호남 텃밭’의 ‘반문(반 문재인) 정서’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대표직을 내려놓아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를 찾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반문’의 선두에 섰던 호남 민심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표는 이날 더민주 중앙위원회에서 김종인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 출범이 의결되며 공식적으로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2·8 전당대회 이후 354일만이다. 그는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반문’여론이 격화되면서“이대로는 4월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수용, 평당원으로 내려갔다.
문 대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혁신과 새정치를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당이 많은 상처가 생겼고, 갈등과 분열이 일어났다”면서“더욱 송구스러웠던 것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이는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지난해 4·29 광주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천정배 후보가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시작된 당 내홍이 문 대표의 사퇴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지 주목된다.
지난해 잇딴 재보궐선거에서의 참패 책임론과 혁신안 등으로 주류와 비주류간 극심한 갈등끝에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이은 신당 창당으로 야권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문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는 상황까지 왔다.
이 과정에 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는 “문재인과 친노세력이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호남, 비노 세력들의 문 대표 흔들기 논리였고 일부 `민심'으로 둔갑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더민주의 추락하는 여론조사 지지율은 문 대표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는 결과까지 이르게 했다.
이제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사퇴가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한창 안철수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안철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이 더 싫어서”라는 이야기가 지역에서 회자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오후 퇴임사를 통해 “우리는 분열주의와 맞서야 한다”며“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치고 서로 존중해야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제가 겪었던 참담한 일들이 또다시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만약 그런 일이 지도부를 향해 또다시 벌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새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힘을 실어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다”며“우리 당의 심장인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다. 쓰라린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유야 어찌 됐든 다 저의 책임이고 제가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이라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
문 대표는 당 대표를 지냈던 기간을 “영일(寧日)이 없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하며 “단 하루도 대표직에 연연한 적이 없는데 오해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마음 같아선 다 놓을까, 다 던질까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퇴문을 준비한 적도 있었다”며“당 대표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원칙과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